ㅡ 폐바이알의 변신 ㅡ

고객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아트솔루션'

아솔레터

김윤경 한국애브비 AA 마케팅 부장(이하 김윤경)

'뷰티업(Beauty UP)캠페인'의 시작은 현장에서 만난 저희 고객인 의료진의 사소하지만 다정한 고민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저희의 주요 고객은 피부과나 에스테틱 클리닉 선생님들이신데, 한 선생님께서 시술 후 버려지는 바이알을 보며 이런 말씀을 건네셨어요.

"이 작은 공병 하나하나에 환자의 스토리가 담겨 있는데,

이걸 그냥 버리기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나둘 모아두었는데,

이걸로 뭔가 좀 의미 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

환자를 향한 의사 선생님의 진심 어린 애정이 담긴 한마디에 저희는 주목했습니다. 단순히 버려지는 소모품이 아니라, 누군가의 변화와 자신감을 이끌어낸 '가치 있는 매개체'로 바이알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죠. 하지만 폐바이알을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은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습니다. 해당 용기는 통상 엄격한 '의료 폐기물'로 관리되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환경부에 직접 질의한 끝에, 혈액이 묻지 않은 빈 바이알은 '사업장 폐기물'로 처리가 가능하다는 명확한 지침을 확인했습니다. 현장의 막막했던 고민에 제도적 해법이 더해지자, 버려지던 바이알에 새로운 가치로 부여하는 '사회적 솔루션'으로서의 밑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뷰티업(Beauty UP)캠페인', 2024 l 출처 : ⓒ한국애브비주식회사

의료 현장에서 쓰이던 병인 만큼, '안전'과 '위생'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우선 과제였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드라이아이스 세척을 포함한 엄격한 자체 가이드를 수립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잔여 성분을 완벽히 제거하는 '불활화(不活化) 과정'입니다. 차아염소산나트륨 용액에 10분 이상 소독하는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치게 했죠.

사실 일반적으로 이런 용기는 재활용 사례가 거의 없기에, 기업이 굳이 이런 복잡한 세척 시스템까지 갖출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희에게는 '작가가 가장 안전한 환경에서 예술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한다'는 확고한 원칙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고객의 진심 어린 아쉬움과 특정한 법적 지침의 발견, 그리고 기업의 엄격한 안전 원칙이 결합하여 지금의 '뷰티업(Beauty UP)캠페인'이 시작된 것입니다.

ㅡ 비즈니스 철학이 예술과 만나는 방식 ㅡ

아솔레터

Q. '지속 가능한 아름다움'이라는 철학이 실제 비즈니스와 어떻게 유기적인 선순환을 이루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특히 폐바이알이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하기까지, 작가 선정부터 제작 지원, 전시에 이르는 구체적인 운영 프로세스는 어떻게 되나요?

김윤경

'뷰티업(Beauty UP)캠페인'은 올해로 2회째를 맞이했습니다. 작년 첫해에는 플라스틱 등 다양한 소재를 조형물로 풀어내는 엄아롱 작가님, 그리고 유리 재활용에 강점이 있는 이창진 작가님과 함께 '페이스(Face)'라는 주제로 시작했죠. 엄 작가님은 멸종 위기 동물의 형상에 바이알을 투영해 생명의 소중함을, 이 작가님은 바이알로 아름다운 얼굴의 선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첫 전시를 채워주셨습니다.

올해는 참여 병원이 130여 곳으로 늘어나며 규모가 더 커졌습니다. 네 분의 작가님이 '네이처(Nature)'를 콘셉트로 바다, 구름, 나비 등을 형상화한 30점의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사실 작가님들을 섭외하는 과정부터가 도전이었습니다. 단순히 예술성이 뛰어난 분을 찾는 것이 아니라, 연초부터 바이알을 모아 7~8월에 집중적으로 작업해야 하는 저희의 타임라인을 이해하고, 무엇보다 '폐기물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는다'는 취지에 깊이 공감하는 분이어야 했으니까요.

이렇게 탄생한 작품들은 의료진만을 위한 프라이빗 전시를 통해 공개됩니다. 관련 기준에 따라 대중 노출이 제한되지만 이러한 제약이, 역설적으로 전시의 희소성과 진정성을 높여주는 계기가 되었죠. 바이알을 직접 모아주신 선생님들을 초대해 이틀간 짧고 강렬한 전시를 엽니다. 자신이 시술했던 병들이 예술로 변한 모습을 본 선생님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현장에서 작품 판매가 이뤄졌고, 이 수익금 전액은 대한성형외과학회의 '스마일 업(Smile UP)캠페인'으로 전달되었습니다. 이렇게 기부된 기부금은 선천성 안면 기형 환아들의 치료와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쓰입니다.

"의료진이 모은 폐바이알이 예술이 되고,

그 예술이 다시 아이들을 향한 나눔으로 이어지며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집니다."

의료진은 자신이 사용한 바이알이 예술이 되는 과정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그 가치가 환아들에게 돌아가는 것을 확인하며 캠페인에 적극적인 동반자가 됩니다. 이렇게 구매된 작품은 병원 시술실 내부에 걸려 환자들에게 새로운 스토리를 전하게 됩니다. 비록 높은 규제의 벽 안에서 외부 노출이 제한된 '조용한 캠페인'으로 머물러 있지만, 비즈니스의 현장에서 시작된 활동이 예술을 통해 사회적 가치로 환원되는 이 과정이야말로 저희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진정성 있는 '지속 가능한 아름다움'입니다.

실제로 작품을 구매하신 선생님들의 병원 시술실 내부에 작품이 걸리면, 환자분들이 먼저 "이건 대체 뭐로 만든 작품인가요?"라고 호기심을 보이신대요. 그러면 선생님은 "당신이 지난번에 시술받았던 그 작은 병이 이 작품의 일부가 되었어요. 그리고 그 가치는 지금 선천성 안면 기형을 가진 아이들을 돕는 데 쓰이고 있답니다."라고 말씀하신다고 해요.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병원에 놓인 이 작품들이

환자분들과 마음을 나누는 아주 특별한 매개체가 되어준다는 점이었습니다.”

에스테틱 시술을 받으러 오시는 환자분들도 저마다의 고민이나 기대를 안고 병원을 찾으시잖아요. 그렇게 시술 후에 남겨진 빈 병들이 그냥 버려지는 게 아니라, 의미 있는 결과물로 재탄생 되어 누군가를 돕는 데 쓰인다는 사실에 환자분들도 자신의 아름다움을 찾는 과정이 훨씬 더 가치 있게 느껴진다고 말씀해 주십니다.

‘Beauty in Nature’, 2025 전시 전경 | 출처 : ⓒ한국애브비주식회사

사실 캠페인을 셋업하는 데 준비 기간만 6개월이 넘게 걸렸습니다. 글로벌 기업이자 제약회사로서 지켜야 할 규제와 준수해야 할 가이드라인이 엄격했습니다. 바이알을 안전하게 수거하고 세척할 업체를 발굴하는 것부터, 기부금이 투명하게 전달될 수 있는 있도록 KRPIA(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를 통해 공신력 있는 기관과 협력하는 일까지, 모든 과정에 라이센싱과 글로벌 본사의 승인도 필요했어요.

복잡한 서류와 절차를 통과해야 했지만, 우리는 이 캠페인이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플랫폼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기관 사이의 복잡한 매듭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며 만든 캠페인으로, 이제는 더 많은 분이 '아름다움의 선순환'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은 적을지 몰라도, 그 안에 담긴 진정성만큼은 시간이 갈수록 더 단단하게 체감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ㅡ '지속 가능함' 이라는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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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뷰티업(Beauty UP)캠페인'은 메디컬 에스테틱 업계에 ESG 경영을 실질적으로 적용한 대표적인 모범 사례로 꼽힙니다. 이 프로젝트가 단발성 이벤트를 넘어, 다양한 예술가와 기업이 함께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지속 가능한 '아트 솔루션 플랫폼'으로 정착하기 위한 장기적인 로드맵이 궁금합니다.

김윤경

사회공헌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얼마나 오랫동안 진심을 다해 이어가는가'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 '뷰티업(Beauty UP)캠페인'의 힘도 화려한 성과보다는 그 '지속성' 에서 나온다고 믿습니다.

물론 매년 캠페인을 운영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버려지는 것이 아름다움으로 바뀌고, 그 결과가 다시 사회를 변화시키는 하나의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저희는 매년 조금씩 그 볼륨을 키워가고 있어요. 첫해 두 명이었던 작가님은 올해 네 분으로 늘었고, 앞으로도 그 규모를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저희의 목표는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

사회를 아름답게 바꾸는 지속 가능한 플랫폼이 되는 것입니다.“

특히 내년에는 '궁극의 뷰티: 시간을 초월한 아름다움'이라는 주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벽에 거는 액자 형태의 평면 작품 위주였다면, 내년에는 공간에 세워둘 수 있는 거치형 조형물까지 제작 범위를 넓혀보려 해요. 기대치가 높아지는 만큼 고민도 깊어지지만, 작가분들이 '바이알'이라는 생소한 소재로 작업하는 과정 자체를 즐거워해 주시고 그 의미에 공감해 주셔서 큰 힘이 됩니다.

2024년 9월, 의료진 대상, 폐바이알 업사이클링

작품 전시회 "Beauty UP Paradise"개최

| 출처 : ⓒ한국애브비주식회사

저희가 글로벌 기업이다 보니, 이 조용한 캠페인이 최근 본사에서도 주목받는 사례가 되었습니다. 한국애브비의 사례를 다른 나라에서도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베스트 케이스(Best Case)'로 공유하고 있어요. 각 나라의 의료 규제가 달라 똑같이 구현하기는 어렵겠지만, 한국에서 시작된 이 캠페인이 세계 여러 곳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보람을 느낍니다.

비록 의료진분들만을 모시고 진행하는 '프라이빗한 전시'이지만,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진정성만큼은 무엇보다 단단하다고 자부합니다. 단순히 기업의 캠페인을 넘어, 버려지는 것이 가치를 얻고 사회를 아름답게 바꾸는 실질적인 플랫폼으로 남을 수 있도록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차근차근 그려 나가보려 합니다.

ㅡ 아트솔루션이란?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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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애브비에게 아트솔루션이란?"

김윤경

저희에게 아트솔루션은 '선순환되는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발생한 폐기물이 예술가의 손길을 거쳐, 가치 있는 작품으로 재탄생하고, 그 수익이 다시 아이들의 미소를 되찾아주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죠. 이 과정에서 의료진은 자신이 사용한 바이알이 가치 있게 쓰이는 모습에 자부심을 느끼고, 환자들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찾는 행위가 누군가에게는 선한 영향력이 된다는 사실에 더 깊은 의미를 발견하곤 합니다. 비록 규제라는 높은 벽 안에서 조용히 움직이는 캠페인이지만, 이 작은 순환이 누군가에게는 실질적인 변화가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온기로 남기를 바랍니다.

한국애브비 AA 마케팅 김윤경 부장 l 촬영 ⓒ아트솔루션레터

📌 아름다움의 선순환 🎁

우리는 누구나 더 나은 모습을 꿈꾸고,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가꾸며 살아갑니다. 어쩌면 에스테틱은 그 열망에 답하는 가장 화려한 비즈니스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국애브비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 화려함 이면에 숨겨진 ‘아름다움의 본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아름다움을 가꾸는 일은 개인의 만족과 변화의 영역에 머물러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아름다움은 나를 돌보는 마음이 타인의 삶과 연결되고, 그 선의가 다시 우리 사회의 따뜻한 공감으로 되돌아오는 순환의 과정에서 비로소 완성된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쓰임이 다해 버려질 뻔한 작은 병들이 예술가의 영감과 의료진의 손길을 거쳐, 선천성 안면 기형 환아들을 향한 우리 사회의 시선을 바꾸고 아이들이 마주할 세상을 한결 다정하게 만드는 변화로 치환되는 과정은, 우리 사회의 결핍을 채우는 가장 아름다운 '아트솔루션'이었습니다.

결국 더 나은 세상을 고민하는 기업과 의료진, 그리고 환자의 마음이 모여 우리 모두를 위한 '아름다움의 선순환'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