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사회공헌이 만났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팁,
ART SOLUTION LETTER #아솔레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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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님 !
본 인터뷰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인 두산그룹의 '문화예술 사회 공헌 기관'인 두산아트센터의 문화예술 지원 활동이 단순한 후원을 넘어, 질문 중심의 공론장으로, 나아가 예술 생태계를 조율하는 구조적 실험의 장으로 어떻게 기능해 왔는지를 함께 살펴보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아트솔루션 레터는 ‘예술이 사회문제 해결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하며, 두산아트센터가 이어온 전통 속에서 어떤 기획적 실험과 변화를 축적해 왔는지, 개관부터 19년간 함께 해온 김요안 팀장의 이야기를 통해 조명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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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철학과 지속성
두산아트센터는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청년 창작자 지원’과 ‘두산인문극장’을 중심으로 예술 생태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특별한 내부 철학과 그에 수반되는 조직 문화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관련해서 기획팀의 운영 방식이나 리더십의 역할도 궁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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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 영역의 젊은 창작자들을 위한 장기 지원 시스템, 아트 인큐베이팅
두산아트센터는 경력이 부족한 젊은 예술가들이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도록, 성장과 신작 개발에 집중하는 체계를 19년째 유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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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창립 철학의 명확한 계승
인재 양성과 문화예술 사회 공헌
두산 그룹의 초대 회장님이신 연강 박두병 회장님은 기본적으로 인재 양성에 대한 뜻이 있으셨어요. 그분의 유지를 이어 후대에서 만든 것이 바로 두산연강재단입니다. 두산연강재단의 경우 초창기에는 교육, 즉 학술 장학 사업이 주요 목적 사업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두산그룹 창립 111주년을 맞아 사회 공헌 영역을 메세나 분야까지 확장하면서 2007년 두산아트센터가 개관하게 됩니다.
당시 센터 개관을 주도한 박용현 이사장님은 문화예술 지원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계셨는데, 특히 연극 분야 지원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하셨어요. 스페이스111 역시 연극 중심 공간에 대한 비전으로 만들어진 곳이고, 센터장님과 팀을 꾸려 주시면서 지금까지도 그 방향이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2007년 개관 멤버로 시작해 현재 19년째 함께하고 있고요. 그동안 계속해서 지켜온 미션은 ‘아트인큐베이팅’입니다.
2. 아트인큐베이팅
아트 인큐베이팅이라는 말조차 낯설던 시절부터
아트 인큐베이팅이라는 단어는 2007년 당시 문화예술계에 생소한 개념이었어요. 그런 시기에 문화예술 지원에 이 개념을 적용하면서 ‘아트인큐베이팅’을 센터의 핵심 미션으로 삼았습니다. 예술을 통한 사회 공헌이라는 방향 안에서, 특히 젊은 예술가들의 성장과 신작 개발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해 왔고, 지금까지도 그 흐름이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어요.
3. 취약 영역에 대한 전략적 접근
물론 지원제도 자체는 당시에도 존재했어요. 문예진흥기금 같은 제도적 지원이 있었지만, 대부분 중견 극단 등 실적이 어느 정도 있는 단체들이 중심이었죠. 젊은 작가나 연출가들이 지원을 받기에는 어려운 구조였고요. 또 대부분의 지원이 단발성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경력이 부족한 젊은 창작자들이 초기 커리어를 구축하기에는 어려운 환경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조금 더 장기적인 지원, 그리고 초기 커리어를 구축하는 젊은 예술가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봤어요. 특히 공연 예술계에서 이런 접근이 임팩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판단했고요.
4. 장기지원 체계 도입
이런 판단을 바탕으로 시작된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 지금의 'DAC Artist 프로그램'입니다. 당시에는 두세 작품 정도를 발표한 창작자를 대상으로, 실제 작품을 보고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작가의 세계관과 방향성이 보이면 최소 3년 이상 파트너십을 맺는 방식이었죠. 성기웅, 이자람, 서재영, 한아름 작가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특히 성기웅, 이자람 작가는 10년 이상의 긴 시간을 두고 함께 해온 파트너고요.
이 프로그램은 초기에 기존 공공지원 시스템이 놓치기 쉬운 창작 초기 단계에 집중했어요. 3년 이상 지속적 지원이라는 실험적 구조를 통해 실제로 큰 효과를 만들어냈고요. 당시 공공 영역에서는 공정성과 공공성 이슈로 인해 중장기 집중 지원이 어려웠기 때문에, 두산아트센터가 비교적 이른 시점에 이런 시스템을 실험한 셈이에요. 집중 지원을 받은 창작자들이 실제로 의미 있는 작업을 만들어냈다는 점, 그것이 저희로선 가장 강력한 차별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작 판소리, 그리고 언어 실험
이자람, 성기웅
이자람 작가는 당시 공연계의 메인 스트림이 아니던 창작 판소리 분야에서 가능성을 보였고, 두산은 창작판소리 〈사천가〉를 중심으로 장기적인 동행을 시작했어요. 이후 〈판소리 단편선-주요섭 추물/살인〉, <노인과 바다> 등을 통해 창작 판소리를 현대 무대에 정착시키는 데 기여해왔습니다.
성기웅 작가는 한국어 자체를 예술적 주제로 탐구하던 창작자로, 〈깃븐우리절믄날〉이라는 작품을 통해 저희와 인연을 맺게 되었고, 이후 구보 시리즈를 진행하며 좋은 평가와 수상도 하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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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꾼 이자람 ‘정년이’ 특별 출연 l 출처: 파이낸셜 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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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계속되는 집중 지원의 힘
1억 원대 제작비로 1년 반, 함께 가는 구조
이 지원 프로그램은 10년 넘게 지속되며 점점 영향력이 커졌고, 더 많은 창작자가 참여를 원하게 되면서 2021년부터 공모 방식으로 전환됐습니다. 초기에는 저희가 작가를 직접 찾아가 인터뷰하고 파트너십을 맺었지만, 지금은 매년 초 공모를 통해 선정하고, 익년 가을 공연무대까지 약 1년 반 동안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구조예요.
핵심인 '집중 지원'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작품 제작비뿐 아니라 홍보, 마케팅까지 모든 제작 과정을 두산이 전담하고 있어요. 현재 정부의 공연예술 지원금은 보통 3천만~5천만 원 선인데, 두산은 1억 원대 규모의 지원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연계에서는 여전히 큰 규모이고요. 집중형 지원 구조가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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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인문극장의 기획 방식과 주제 설계
두산인문극장은 공연, 전시, 강연을 아우르는 공론장의 성격을 구현하고 있는데요., 이런 통합형 구성을 기획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매년 주제를 설계할 때 내부 논의 외에 외부 전문가나 예술가, 시민들과는 어떤 방식으로 연결하고 계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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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문극장의 통합 기획과 성장의 선순환
두산인문극장의 공연, 강연, 전시는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통합적인 형식으로 운영된다. 아트인큐베이팅이라는 핵심 미션을 끈질기게 실천하며, 리더십과 구조의 안정성을 바탕으로 2년간의 장기리서치와 외부 네트와크와의 협업, 창작자와의 공동기획을 통해 성장의 선순환을 만들어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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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문극장의 기획 배경: 시리즈 전략의 확장
두산아트센터를 대표하는 장기 기획 중 하나는 2013년에 시작된 두산인문극장입니다. 사실 2009년도부터 이미 주제를 정해 기획형 연극 시리즈를 매년 해오고 있었어요. 하지만 개관 이후부터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한 작품만으로는 기획적인 임팩트를 만들기가 어렵다는 한계를 점점 더 느끼게 됐죠. 더 많은 관객과 창작자들이 만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하던 끝에 한 작품보다는 세 작품, 한 달보다는 서너 달을 묶는 시리즈 형식을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그 첫 번째 시도가 바로 2009년의 ‘과학 연극 시리즈’였어요.
과학연극 시리즈의 성공과 인문극장으로의 전환
당시만 해도 ‘과학을 중심으로 한 연극’은 굉장히 생소했어요. 큰 반응을 기대하긴 어려웠지만, 해외 사례들을 참고해 가능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 네 편의 과학 관련 연극을 묶어 시리즈로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예상보다 반응이 좋았어요. 또 제작한 작품이 수상하게 되면서 민간 그룹이 비영리 공연예술 지원을 한다는 데에 가졌던 의문들이 해소되면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는 전환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경험은 이후 두산인문극장이라는 장기 기획으로 이어지는 전환점이 되었고요.
2013년부터 단일 장르를 넘어선 통합형 기획으로 확장했습니다. 전년도인 2012년부터 공연 외에도 강연과 전시를 포함해 더 큰 임팩트를 줄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해 왔고, 연극을 중심으로 하되 다른 장르와 연결하는 통합형 기획을 시도했어요. 초창기에는 공연, 강연, 영화로 구성되었다가 이후 영화 대신 갤러리 전시를 병행하게 되면서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국내에도 일부 비슷한 기획은 있었지만,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한 장기 기획, 그리고 공연, 전시, 교육까지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은 처음으로 시도한 사례였다고 생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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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젠다 제시형 극장으로의 발전
이 통합 기획을 통해 두산인문극장은 일종의 아젠다를 제시하는 극장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여러 장르를 그냥 모아놓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적인 이슈나 질문을 하나의 주제로 묶어서 공연, 강연, 전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만든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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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문극장 2025: 지역' 제작발표회 현장 l ⓒ 두산아트센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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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주제 설계 방식: 장기 리서치와 외부 협력
장기적 주제 개발 시스템
두산인문극장의 첫 번째 주제는 ‘빅 히스토리: 빅뱅에서 빅데이터까지’였습니다. 이 초기 기획을 준비하며 느꼈던 것은, 공연장 내부 기획 인력만으로 공연, 강연, 전시 등 다양한 콘텐츠를 입체적으로 엮어내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는 점이었어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과의 협업이 필요했습니다. 출판사, 기획자, 번역가 등 각 분야의 파트너들과 협력해 주제를 함께 설계하고, 리서치하는 구조를 만들었죠. 이 협업은 단순 위탁이 아니라, 인문학-출판-강연-공연을 유기적으로 엮는 방식이었고, 이후 두산인문극장 기획의 지속성과 깊이를 만들어낸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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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성의 기반
두산인문극장이 오랜 시간 지속될 수 있었던 데에는 철학뿐 아니라 리더십과 조직 구조의 안정성이 크게 작용했어요. 연강의 뜻을 지금의 박용현 이사장님이 발전시키며 이를 장기적인 비전으로 이어오신 점이 가장 큰 기반이 되었죠. 박 이사장님은 강석란 센터장과 두산아트센터 직원들에 대한 신뢰와 함께 장기적 관점에서 지원해 주셨고, 단기 성과에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밀어주셨어요.
동시에 이런 지속성은 독립적이고 안정된 예산·조직 구조가 함께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두산연강재단과 두산아트센터는 매우 견실한 재원 구조를 갖고 있는 재단으로, 외부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인 기획과 실행이 가능한 안정적 물적 토대를 갖추고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 프로그램 히스토리를 보면 10년 넘게 지속된 사업이 많아요. 그만큼 한 프로젝트가 오래 유지된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사업들이 각자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꾸준히 이어져 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구조
두산인문극장은 아트 인큐베이팅이라는 핵심 미션을 중심으로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인 DAC Artist, 그리고 초기 창작자 지원 프로그램인 두산아트랩과도 폭넓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두산인문극장에서 제시된 주제를 바탕으로 새로운 창작이 나올 수도 있고, 두산아트랩, DAC Artist로 성장한 작가들이 인문극장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요.
2010년 시작된 아트 인큐베이팅의 가장 아래 단계의 프로그램인 두산아트랩은 매년 약 8편의 작품을 지원하며, 젊은 창작자들이 초기 커리어를 쌓는 데 중요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어요. 특히 예술계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중에서도 오랜 기간 유지되어온 모델로, 창작자들의 높은 신뢰와 선호를 받고 있지요. 이런 구조 안에서 내부 직원들의 전문성도 계속 축적되고, 창작자들 입장에서도 전문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보니 성장의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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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문극장 2025 강연, <지역과 우리> l ⓒ 두산아트센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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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만의 차별성은?
결국 두산의 차별성은 핵심적인 비전을 끈질기게 실천해 왔다는 점입니다. 아트 인큐베이팅이라는 개념 자체를 그냥 유행처럼 쓴 게 아니라, 젊은 예술가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함께 성장해 온 구조를 장기간에 걸쳐 지속해 온 거죠.
- 재단의 독립성과 재정 안정성
- 기획자의 자율성과 전문성
- 지속 가능한 구조
이 세 가지가 맞물리면서, 두산의 예술 지원은 단순한 후원을 넘어선 하나의 실천적 모델로 자리매김했다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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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예술은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예술이 사회문제를 직접 해결한다’는 말보다는, 문제를 감각하고 재구성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예술이 작동한다고 보는 관점에서, 두산아트센터의 작업은 어떤 점에서 실제적인 변화나 효과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하시나요? 예술계에서의 긍정적인 변화 외에도, 인문극장에서 다뤄온 주제들에서 실제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체감되었던 사례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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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던지는 질문들
실험적인 연극을 올린 뒤, 시간이 지나 방송이나 영화에서 영향을 받은 콘텐츠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미투, 세월호처럼 사회적 이슈에 대해 연극계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지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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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시차를 두고 나서 조금 느껴지는 것 같긴 해요. 이게 반드시 저희 작업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싶기는 하지만, 인문극장 혹은 저희 센터에서 올렸던 연극들, 창작자들의 작품들이 작품 그대로는 아니지만 이후에 방송이나 영화와 같이 다른 형태로 영향을 받은 작품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예전에 서재형 연출가와 함께했던 <청춘 18대 1>이라는 작품은 일제강점기 시절을 배경으로 한국인 테러리스트가 도쿄 시장을 암살하려는 가상의 이야기였어요. 나중에 유명한 신작 드라마를 봤을 때, 유사한 정서나 모티브를 많이 느꼈어요.
따돌림이나 특정 집단 내 폭력을 다룬 작품을 올리게 되면 또 그 이후 <더 글로리> 같은 콘텐츠를 보게 되기도 하고요. 몇 년 전 무대에서 다뤘던 문제들이 어떻게든 크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창작 전통 음악과 관련한 이야기들, 작가들과도 무대에 올린 후 몇 년 뒤 <정년이>라는 작품이 나오기도 했고요. 연극 쪽에서 던졌던 문제의식이 몇 년 뒤 대중 콘텐츠 안에서 다시 등장하는 걸 보면 꽤 흥미로워요.
연극의 사회적 역할
또, 연극계가 사회적으로 가장 강하게 목소리를 냈던 두 사건은 블랙리스트와 미투였던 것 같아요. 블랙리스트 사태 때는 젊은 연극인부터 기성 연극인까지 연대하며 많은 작품을 쏟아냈죠. 세월호 문제도 마찬가지였고요. 미투 이슈 역시 여러 분야에서 있었지만, 연극계는 특히 적극적이었습니다.
그 결과 기존 기성 연극인들이 물러나고, 젊은 연극인들이 무대 위로 오르게 되었고요. 지금 연극계의 흐름은 미투 이후 여성주의적인 연극들이 한 중심을 형성한다고 보여요. 한국 문화계 전반의 진보적 움직임이나 소수자 대변 목소리 중 많은 부분이 연극계에서 기원하거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휘발되지 않는 ‘동시대성’을 고민하다
2~3년 전에 기획한 내용이 지금 관객에게 유효해야 하므로, 휘발되지 않는 주제를 고르기 위해 늘 고민합니다. 예를 들어 <당선자 없음>은 ‘공정’을 주제로 다뤘는데, 당시 정부 출범 직후여서 시의성이 더 부각됐죠. 올해는 ‘지역’을 주제로 두산인문극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종로5가라는 공간이 서울 원도심이라는 특정 지역성을 띠는 동시에 두산그룹의 모태인 광장시장과도 연결돼 있다는 것을 이번 기획을 통해 재발견했어요.
광장시장과 두산아트센터
이번에 올린 뮤지컬 〈광장시장〉의 배경은 바로 두산아트센터 바로 길 건너편에 있는 광장시장입니다. 두산아트센터가 속한 두산그룹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 중 하나로, 그 시작에 광장시장이 있었어요. 종로5가 일대에 있는 광장시장은 민간 자본이 만든 최초의 상설시장으로, 두산그룹의 모태인 박승직 상점도 이곳에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광장시장은 우리나라 상업 기업사에서 상징적인 공간이죠.
이번 작품에서는 불법 이민 여성이 주인공이에요. 그동안 보통 주인공이 되지 못했던 미얀마 출신의 여성을 중심에 두고 우리가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지역의 역사와 지금의 서사를 연결해 보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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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문극장 2025 지역, 뮤지컬<광장시장> l ⓒ 두산아트센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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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시민과 예술의 관계
인문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단순히 프로그램을 소비하는 걸 넘어서, 스스로 질문하고 반응하는 관객으로 바뀌고 있다고 느끼신 적 있으세요?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나, ‘이런 분들이 계시구나’ 싶었던 순간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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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오늘과 내일
오늘날의 관객은 더 이상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능동적인 프로슈머로서 함께 즐기고 반응하며 경험을 확장해 나가는 주체다. 두산인문극장은 창작자에게 영향을 주는 동시에, 관객의 질문과 피드백으로 극장을 함께 만들어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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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에게 자극을 주는 질문의 장
정진새 작가 작품과 SF 연극으로 신작을 올렸을 때도 그랬었는데요. 어떤 주제나 형식을 가진 공연이 올라가면, 공연계, 특히 젊은 창작자들 사이에서는 영향력이 있어요. 그걸 보고 자극받아 고민하고, 더 발전적인 작업으로 이어지는 걸 자주 봤습니다.
물론 하나의 작품이 모든 걸 담을 순 없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그 영향이 이후로 확장되는 과정을 많이 경험했어요. 지금은 SF나 AI를 다룬 공연이 많아졌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흔치 않았거든요. 전체적인 흐름 속에 있었겠지만, 저희가 올린 작품들이 그 흐름을 앞서거나 견인한 부분도 있다고 봐요.
준비된 관객, 믿어주는 관객
관객들도 마찬가지예요. 인문극장 사업을 15년 넘게 하다 보니 관객들의 관여도와 기대치가 굉장히 높아졌어요. 대부분 초연인 공연인데도 티켓이 오픈되면 조기 매진되는 경우가 많아요. 연극에서 조기 매진은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요즘 관객들은 굉장히 영리하게 소비하는데, 초연 작품을 선뜻 예매한다는 건 이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가 있다는 뜻이죠.
이런 관객들은 기획의 주제나 새로운 창작자들의 도전적인 시도에 대해서 열려 있고, 준비가 되어 있는 분들이에요. 공연 시장 내에서도 이런 관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그중 많은 분이 두산아트센터를 믿고 찾아와 주는 관객분들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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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문극장 2024: 권리> 강연 전경 l 출처: 문화경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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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 주는 피드백의 힘
저희는 매번 공연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있습니다. 설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집한 의견은 창작자와 공유하고요. 개발 과정에서도 리허설이나 쇼케이스 때 관객을 초청해 피드백을 받는데, 놀라울 정도로 날카롭고 통찰력 있는 분석이 많습니다. 전문 드라마투르그(dramaturg)보다 더 깊은 피드백을 주시는 경우도 있고요.
꼭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다른 업계에서 일하시면서 연극을 굉장히 좋아하시는 분들. 그게 삶의 중요한 취미이자 축이 된 분들이 많아요. 그분들이 작품을 인문적으로 사고하고, 구조나 형식, 주제에 대해 정교한 피드백을 주십니다. 이런 목소리들은 창작자들에게도 굉장히 좋은 자극이 되고, 작품을 더 확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예술 생태계
결국 저희가 관객에게 영향을 주는 만큼, 관객으로부터도 많은 자극을 받아요. 서로 주고받는 구조인 거죠. 이게 바로 랑시에르(Jacques Rancière, 1940 ~, 프랑스의 철학자)가 말한 '해방된 관객'의 개념이 현실에서 작동하는 한 예가 아닐까 싶어요. 이제 관객은 더 이상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능동적인 프로슈머로서 함께 즐기고 반응하며 그 경험을 확장해 나가는 시대가 열린 것 같아요. 인문극장을 운영하며 그런 관객들과 꾸준히 만나왔고, 그 안에서 예술과 시민의 관계도 점점 더 풍부하고 깊어졌다고 느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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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두산아트센터의 아트솔루션을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공동체의 연대를 지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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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아트센터 공동기획 <번아웃에 관한 농담> l ⓒ 두산아트센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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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모이는' 극장의 의미
우리는 공연을 만들고 전시를 하지만, 결국 매개하고자 하는 건 ‘함께 하는 것’, 즉 Together입니다. 인문극장의 주제 기획도 결국은 공동체의 연대를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어요.
물론 우리가 떨어져서 무언가를 할 수도 있죠. 요즘엔 좋은 콘텐츠가 많잖아요. 하지만 극장은 굳이 모이는 공간이에요. 실제의 만남을 통해서 공동체의 연대를 좀 더 직접적으로 체감하고, 그 가능성을 발견하며 연대의 첫 번째 실현이 일어나는 곳, 저는 그런 곳이 극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극장이 갖는 고유한 힘:라이브니스Liveness
Q: 관객들이 좀 더 극장으로 오게 하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극장을 찾는 관객들은 대체로 특별한 취향을 지닌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시간적으로도 금전적으로도 결코 가벼운 선택은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극장을 찾는다는 건, 거기서 기대하는 어떤 경험이 분명히 있다는 뜻이겠죠. 저는 그런 분들이랑 같이 새로 만들어야 할 극장의 미래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가장 핵심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극장의 속성은 바로 라이브니스liveness일 거에요. 스포츠나 콘서트처럼, 생생한 현장 속에서 심장과 리듬이 함께 뛰는 경험은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한, 대체하기 어려운 특별하고 강렬한 순간이니까요.
"그런 라이브의 가치를
계속해서 보여주는 것,
그것이 극장과 예술이
맡아야 할 역할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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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아트센터 김요안 팀장 인터뷰 中 I ⓒ 블루버드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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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무리하며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지속한다는 것은 결국 단단한 철학, 그리고 구조적 안정성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년간 변화하는 큰 흐름 속에서 새롭게 태어난 작품들, 그것들을 놓치 않고 점진적으로 확장해 가는 방식은 단지 ‘자본이 많은’ 큰 그룹이라서 가능한 일이 아니라 작은 단위에서도 충분히 적용해 나갈 수 있는 하나의 철학적 구조이자 운영 원리가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오랜 반복 속에 쌓인 전통은 때로 진부하거나 독단적으로 보이기도 하며, 그로 인해 혁신을 요구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처럼,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진정한 새로움이 탄생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바꿔야 하고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묻는 자세가 아닐까요. 그리고 그런 질문 위에, 어떤 신뢰와 협력이 그 구조를 묵묵히 떠받치고 있는지 조용히 바라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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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er
임지선 편집장 예술을 통해 삶을 용서하고, 삶을 사랑하고, 예술을 통해 삶 속에서 노는 법을 배워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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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솔레터'는요!
📌 When?
-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
📌 for Whom?
- 예술과 함께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기획해보고 싶은 기업의 CEO 및 사회공헌 담당자
- 사회 문제에 질문을 던지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예술에 관심이 있는 예술가/기획자
- 그 외 관심 있는 모두!
📌 for What?
- 다양한 키워드를 주제로 예술과 사회문제가 만날 수 있는 지점을 탐색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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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솔레터를 만드는 사람들
편집장 임지선, 에디터 김유나, 이유빈
블루버드씨 김상미, 김재용, 최정숙, 이채현, 하윤수
교정교열 및 감수 김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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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주식회사 블루버드씨 interview@artsolution.kr 서울 성동구 뚝섬로13길 38 상상플래닛 502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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