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장 넘기기] 고독스테이, 어떤 곳인가요?

✔️고독스테이(Godok Stay)는 도심 속에서 휴대폰을 잠시 내려놓고 오롯이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든 ‘디지털 단식원’이자 ‘도심 속 템플스테이’입니다. 대표 김지영은 고독을 외로움이 아닌 ‘건강한 성찰의 시간’으로 정의하며, 카페처럼 가볍게 찾아와 고독을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공간은 ‘고독존’, ‘고요존’, ‘공상존’으로 나뉘어 있으며, 각각 자기 대화·침묵·사색을 체험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입장 시 휴대폰을 보관하고, 워크시트와 미션 카드를 통해 스스로를 점검하고 정리하는 과정을 돕습니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핸드폰 없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스스로 나를 위로하는 방법을 배웠다”라는 소감을 남기며, 고독스테이를 나만의 쉼터이자 ‘힐링 방탈출’로 표현합니다.

✔️고독스테이는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현대 도시인의 번아웃과 디지털 과부하를 치유하고 자기 성찰의 문화를 제안하는 새로운 사회적 실험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습니다.

고독스테이의 아트솔루션

: 고독함이 예술이 될 수 있을까요?

아솔레터

고독스테이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특히 현대인들의 정서적 고립이나 번아웃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계셨나요? 공간을 시작하게 된 동기를 듣고 싶습니다.

김지영 대표

저는 개인적인 문제가 곧 사회의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항상 '나' 자신에게서부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이런 것이 있으면 좋겠고,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왜 없지?'라는 생각이 들 때 무언가를 시작하곤 했어요.

스스로 방황했던 시간이 많았던 거 같아요. 특히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넘어갈 때 정체성이나 일에 대해서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때 세계 여행도 다니고, 소위 나를 찾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하는 곳들도 많이 다녔어요.

그러던 중 깨달음의 순간이 왔던 것은, 인도에서 실험 도시 공동체에서 머물면서였어요. 한 달 넘게 머무르던 중 낮에 혼자 방 안에 앉아서 일기를 쓰는 날이 있었는데, 마음이 너무 충만한 거예요. 그때 깨달았던 것이 이렇게 세계를 돌면서 갈구하고, 방황하면서 찾으려고 했던 게 무슨 특별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나와 이렇게 조용히 앉아서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보니 그런 공간이 거의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특히 스마트폰이 가장 큰 방해 요소였는데요. 아무리 나와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해도 자꾸 휴대폰을 보게 되니까 집중이 안 되더라고요.

이건 의지만으로는 정말 어려운 일이라서, 이런 것들을 강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휴대폰 뺏는 카페 같은 곳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 하지만 그런 곳이 없었죠.

그래서 '내가 직접 그런 공간을 만들어보자'고 결심하게 됐고, 현대인을 위한 사원 같은 느낌의 공간을 구상했어요. 마포구에 있는 지금 이곳은 두 번째 장소이고, 4년 전 '고독스테이'라는 이름으로 망원에서 처음 시작되었어요.

실제로 고독스테이를 운영하면서 많은 현대인이 겪고 있는 정서적 고립과 번아웃 문제를 직접 목격하게 됐어요. 그런데 저는 고독이 고립과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외로움과도 다르고요. 고독이라는 한자어를 보면 '독(獨)'이라는 글자가 '홀로 서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하거든요. 스스로가 선택했다는 것이 정말 중요한 차이점이에요.

자발적으로 선택한 고립, 그것이 바로 고독이라고 생각하고, 그 자발성 때문에 부정적인 의미는 사라지는 것 같아요.

또 번아웃에 시달리는 분들이 정말 많이 찾아오시는데, 번아웃이 단순히 일을 많이 해서 오는 게 아니라 의미를 찾지 못할 때 생긴다는 걸 알게 됐어요. 자신이 지금 하는 일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되새기는 시간 없이 계속 주어진 일을 수동적으로 하게 될 때 나타나는 감각이 번아웃인 것 같아요.

그래서 더더욱 고독의 시간이 절실하다고 느꼈고, 사람들이 스스로와 대화하며 자기 삶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는 공간이 꼭 필요하다고 확신하게 됐습니다.

아솔레터

고독스테이 이전에 공공 영역에서 공간 기획 일을 하셨고, 춘천 중도 유원지 같은 프로젝트도 진행하셨는데요. 그때의 경험이 고독스테이 구상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합니다.

김지영 대표

저는 환경이 사람에게 주는 영향이 정말 크다고 생각해요. 특히 제가 어떤 공간에 있느냐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 편이어서 자연스럽게 '공간'이라는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거든요. 그래서 공간 기획 관련 프로젝트들에 참여하며 큰 단위의 기획을 진행했고, 그중에서도 춘천 중도 유원지 프로젝트가 고독스테이 설계에 초안이 되었죠.

사실 이전에는 사회혁신이나 도시재생 분야에서 일을 하면서 마을 조성이나 구획 같은 거시적인 프로젝트를 담당했었어요. 그런데 너무 큰 단위의 의제들을 다루다 보니 미시적인 것에 대한 갈증이 계속 생기더라고요. '사회에 좋은 변화'라는 것 자체가 너무 모호하게 느껴졌고, 좋은 이야기를 들어도 '그래서 실제로 어떤 변화를 만들고 있는 건지'에 대한 현실적인 의문이 들었어요.

그래서 작지만, 누군가의 얼굴에 웃음을 띠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한 명이라도 그 사람을 진짜 기쁘게 하고, 그 사람에게 정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거든요. 천 명에게 얕은 경험을 주는 것보다 10명, 100명에게라도 밀도 있는 경험을 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한 번의 경험이 인생을 바꿀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고민을 하던 중 춘천 중도 유원지 프로젝트에서 '욕망에 기반한 기획을 자유롭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감각으로 깨우는 고독'이라는 주제로 작업했어요. '분실물 보관소'라는 콘셉트로, 참가자들에게 잃어버린 소중한 무언가를 보관하고 있으니 찾으러 오라고 하는 방식이었어요. 사람들이 우체통 메시지 같은 감각적 힌트를 따라 공원을 탐색하면서 마지막에는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개인 공간을 발견하게 되는 여정을 설계했거든요. 이때의 경험이 지금 고독스테이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아솔레터

고독스테이가 고요존, 공상존, 고독존으로 나뉘어 있는데, 각 공간을 어떤 의도로 설계하셨나요? 마치 전시를 큐레이팅하듯 공간마다 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것 같아서 흥미롭습니다.

김지영 대표

예술적 접근법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공간을 세 구역으로 나누면서 이름을 지을 때 '고'로 시작하는 글자의 라임을 맞춘 것이 하나의 기준이었습니다.

각 구역마다 서로 다른 용도와 경험을 배치하였는데요. 그중 메인 공간인 ‘고독존’은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위한 공간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고 창작하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험하고 대화를 나누는 장소로 구상했습니다.

‘고요존'은 말 그대로 고요를 경험하는 공간으로, 무(無)의 상태, 즉 아무것도 없는 소리의 시간을 체험해 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었습니다. 물론 이런 고요함을 어려워하시는 분들을 위해 가이드를 준비해 두긴 했지만, 본래 의도는 아무 소리도 없는 시간과 공간에 머물면서 단 5분이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었어요.

저에게는 그런 시간이 매우 치유적이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그런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공상존'은 자연을 좋아하는 제 취향이 반영된 공간인데요. 천장이 없는 곳에서는 창의력이 크게 팽창한다고 합니다. 잠재된 가능성을 만나는 것에서 사람의 거대한 힘이 나온다고 하는데, 바쁜 일상에서는 이런 공상이 허락되지 않잖아요. 그래서 천장이 없는 이 공간에서만큼은 마음껏 공상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런 시간을 통해 평소 일상에서 잠깐 벗어나, 그 짧은 비일상 속에서 내 안의 창의성을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습니다.

공간 구성 계기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처음 시작했던 망원점이 사원 같은 공간이었던 것과 달리 지금의 공간이 완전히 숲 같은 공간이 된 데에는 그사이 제 개인적인 경험들이 많이 반영되었습니다.

2년 전쯤 저도 완전히 과부하 상태가 되었습니다. 요즘 정말 인풋이 너무 많잖아요. 그래서 도망가듯이 태국의 절로 들어갔습니다. 때로는 동굴에 숨고 싶고, 아무도 나에게 연락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연락 알림만 떠도 스트레스가 되는 그런 순간이 있잖아요. 그때 제가 찾아간 곳이 태국의 한 절이었는데, 그곳에서 ‘위빠사나 명상’이라는 다소 엄격한 수행에 참여했었어요.

위빠사나 명상은 10일 동안 하루 종일 새벽부터 명상하고 단식하며 침묵 수행을 하는 것인데요. 절이 자연 속 깊은 숲에 있다 보니, 매일 새벽에 일어나 명상을 하고, 점심시간에는 2시간씩 맨발로 산길을 걸으며 걷기 명상을 했습니다. 저에게는 그 시간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했고, 10일간의 침묵 수행 경험은 정말 의미가 깊었어요.

이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디지털과 가장 멀고 이질적인 것이 바로 자연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자연스러운 곳, 산이나 숲에 가면 굳이 스마트폰을 꺼내서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더라고요.

고독스테이에서는 입장할 때 새장에 휴대폰을 잠그는 프로세스가 있지만, 꼭 그런 장치가 없더라도 숲과 자연 같은 공간에서는 자연스럽게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고 싶지 않은 분위기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 공간을 만들 때 숲과 같은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고, 실제 숲을 그대로 실내로 들여놓는 방식으로 구성했습니다. 시각 경험 위주의 디지털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험을 자극하는 것이 고독스테이 공간의 핵심이죠.

그래서 바닥에도 어싱(earthing)을 느낄 수 있도록 실제 흙을 깔았는데요.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 3층까지 직접 흙 포대를 메고 날랐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웃음)

아솔레터

고독스테이는 감각과 신체를 중시하는 경험을 제공하는데, 실제로 무용이나 움직임 관련 워크숍 같은 예술적 활동도 진행하시나요?

김지영 대표

공상존인 루프탑에서 다양한 협업 세션을 진행했었어요. 플로우 중심의 오다카 요가를 배우며 함께 몸 안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끌어내는 워크숍을 열기도 했고, 핸드팬 등의 악기 연주 공연도 개최했습니다. 또한 소규모 리트릿(retreat)🔍 형태의 문의가 자주 들어오는데, 주로 조직 문화 개선을 위한 회식이나 심리 워크숍 등이에요. 이런 단체 규모의 문의가 올 때는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조합하여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어요.

🔍 리트릿(retreat)은 일상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휴식과 재충전을 통해 몸과 마음을 돌보는 문화를 말합니다. 단순히 쉬는 것을 넘어, 자연 속에서 명상, 요가, 혹은 자신만의 관심사에 집중하는 등 일상에서 하기 어려운 다른 활동에 몰입하며 내면의 중심을 찾고 에너지를 얻는 활동을 포함합니다.

아솔레터

고독스테이를 '도심 속 템플스테이' 또는 '디지털 단식원'이라고 소개하고 계시는데, 기존의 리트릿 문화와는 어떤 차별점이 있나요? 어떤 새로운 휴식 문화를 제안하고자 하시는 건가요?

김지영 대표

리트릿은 나를 다시 대접해 주는 시간인데 너무 사치재가 된 느낌이 있죠. 특히 요즘 한국을 보면 웰니스, 리트릿이 정말 마음먹고 돈을 모아서 1년에 한 번 정도 하는 느낌이었거든요. 이렇게 쉼의 문화가 정형화된 게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나를 돌아보고 나와 대화하는 시간이 1년에 마음먹고 비싼 돈을 들여서 몇 번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공간이 되었으면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접근 장벽을 낮출 수 있는 공간, 그러면서도 정형화된 것이 아니라 고유한 색깔을 가진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고독스테이를 '도심 속 템플스테이'라고 칭한 것도 한국에 돌아와서 템플스테이를 몇 번 가봤는데, 그것 역시 마음먹고 멀리까지 가야 해서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사람들이 카페를 가듯이 찾을 수 있는 템플스테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2시간 동안의 템플스테이, 카페처럼 갈 수 있는 일상 속 도심 템플스테이를 구상하게 되었고, 이를 처음에 '고독스테이'라고 명명했습니다.

다들 머무는 '스테이'라고 생각하시는데, 저는 도심 속에서 2시간 동안의 템플스테이라는 의미에서 '고독스테이'라고 이름을 지었고, 이렇게 하면 가격 측면으로든 물리적 거리로든 접근 장벽이 낮아져서 사람들이 좀 더 자주 일상적으로 자신을 리트릿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아솔레터

실제로 고독스테이를 방문하신 분들의 구체적인 반응이나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들려주실 수 있나요?

김지영 대표

여러 가지 짧은 단편이 떠오르는데요. 하나는 비 오는 날 혼자 오신 분이 있었는데, 제가 왔다 갔다 하면서 조금씩 챙겨드리려고 보니까 엄청나게 울고 계시더라고요. 진짜 너무 펑펑 울고 계셔서 제가 말을 못 걸었는데, 나중에 방명록을 보니까 이별하고 오셨대요. 여기서 다른 사람들의 고독 이야기를 읽고 자기 생각을 적으면서 마음을 내려놓고 간다, 마음이 정리된 것 같다는 얘기를 남겨주셔서 참 기억에 남습니다.

또 기억나는 건 딸이 엄마를 데리고 오거나 엄마가 어린 딸을 데리고 오시는 경우, 그리고 중년 남성분이 주말마다 열자마자 일찍 오셔서 엄청 진지하게 집중해서 하시는 모습 같은 것들이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여기 후기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건 19살 학생이 12월 31일에 오셔서 남긴 글이에요. 스무 살이 되는 게 너무 무섭고 두렵고, 졸업하는데 학교에서 친구들과의 시간이 너무 좋아서 어른이 된다는 게 너무 싫다고 하더라고요. "당신들의 19살이 궁금하다"라면서 입시 때문에 힘들지만 어른이 되는 게 너무 두려웠다고 했어요. 퇴사하고 자신의 힘든 상황에 대해 고백하는 글들도 있고, 정말 제각각 너무나 다양한 사연들이 있습니다.

저는 고독스테이를 운영하면서 저를 기준으로 생각하니까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거나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이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다른 삶을 살아가시는 분들이 여기에 오신다는 걸 볼 때 항상 신기하고 새로운 지점인 것 같아요.

아솔레터

대표님께서 고독스테이 외에도 '우먼스베이스캠프'라는 여성들의 아웃도어 커뮤니티도 운영하고 계시더라고요. 두 프로젝트 모두 일종의 예술적 접근을 하고 계신 것 같은데, 공간과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 '예술'을 어떻게 바라보고 접목하시나요?

김지영 대표

저는 문화예술경영을 전공하고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고 또 삶에서 그 중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예술이 거창하게 여겨지는 면들도 있는 것 같아요. 예술이라는 게 아티스트라는 자격을 가진 사람들만 할 수 있다는 인식도 있고요. 그래서 저도 예술에 대해 다시 많이 생각해 보게 되곤 합니다.

저는 예술을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그 메시지를 어떻게 독창적으로, 그리고 각자의 고유한 특성을 담아 발신하느냐 하는 것이죠. 그리고 그 방식은 결국 자신의 삶에서 비롯되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 우먼스베이스캠프는 ‘커뮤니티와 시간’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업이고, 고독스테이는 ‘공간’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프로젝트는 겉보기에는 다른 것 같지만, 사실 같은 메시지라고 볼 수 있어요. 둘 다 결국은 '나다움'을 찾는 과정이거든요. 고독스테이에서는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내 안의 목소리와 창의성, 잠재성을 만나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담았고, 우먼스베이스캠프에서는 자연 속 모험을 통해 사람들 모두 안에 있는 야성과 가능성을 깨우며 함께 연대하자는 의도를 담고 있어요.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 '진짜 나'를 만나는 여정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거죠.

저는 요즘 예술을 아주 넓게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모든 것이 예술일 수 있다고 봐요. 우리의 삶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고, 살아가는 방식이 너무나 고유하기 때문입니다. 그 고유함 자체가 이미 예술이라고 느껴집니다. 결국 각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 그것이 작지만 분명한 예술 아닐까 싶습니다.

아솔레터

올 하반기, 방문객들의 느슨한 연대감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 활동을 계획한다고 하셨는데, 이런 소중한 이야기들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예를 들어, 온라인 전시나 아카이빙 같은 방식으로도 가능할까요?

김지영 대표

사실 이 지점은 앞서 언급된 우먼스베이스캠프로 설명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우먼스베이스캠프 얘기를 잠깐 드리자면, ‘모험하는 여자들’의 아웃도어 커뮤니티예요. 함께 야외 활동을 하고, 페스티벌이나 여러 행사를 열기도 하죠. 예를 들어, 백패킹을 가면 한 번에 열 몇 명밖에 같이 못 가는데, 그 시간이 정말 밀도가 높아요. 1박 2일 동안 힘든 경험을 함께하다 보니 서로 굉장히 끈끈해지거든요.

그래서 늘 생각해요. 이 좋은 경험을 함께했던 사람들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그런데 사실 이 ‘밀도’라는 건, 매개를 거쳐 전달되는 순간 힘이 조금 약해지는 것 같아요. 온라인 컨퍼런스를 열어보기도 했지만, 직접 경험하는 것과는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그런 이유로 제가 최근에 저를 표현하는 단어 중 하나가 ‘아날로그 기획자’예요. 디지털 세상에서는 이미 수많은 메시지와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잖아요. 저는 오히려 아날로그와 오프라인에서 작지만, 밀도 있는 경험을 기획하고 전달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럴 때 비록 규모는 작아도 전해지는 폭이 다르다고 믿거든요. 그래서 지금 같은 시대일수록 아날로그와 오프라인의 가치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고독스테이에서 만든 잡지도 그래요. 제가 인터뷰한 게 아니라 손님이 손님을 인터뷰하면서 함께 만들었거든요. 그런데 그 시간이 서로에게 치유가 되는 경험이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기록들을 엮어서 책으로 만들었는데, 사실 잡지라는 게 널리 읽히기 어려운데도, 이 공간에 온 분들은 정말 열심히 읽어요. 그게 또 재미있었죠.

요즘 저는 ‘바이브’와 ‘아우라’를 자주 생각해요. 아우라는 복제되면 가치를 잃는다고 하잖아요. 똑같이, 복제될 수 없는 어떤 것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그건 감각의 떨림, 파동처럼만 전해지는 거고, 디지털로 복제하는 순간 본질에서 벗어나 버리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어렵더라도 그런 부분은 지켜나가고 싶습니다.

아솔레터

마지막 질문입니다. 김지영 대표님께 '아트솔루션'이란 무엇인가요?

"100명의 사람에게는 100개의 아트솔루션이 필요하다."

김지영 대표

사실 이런 얘기는 짧게 정의하기가 너무 어렵고, 길게 말하는 게 더 쉬운 것 같아요. 저는 대학교 때부터 품었던 질문 중 하나가 ‘인간은 변할 수 있는가?’였어요. 그 질문에 대한 저의 답은 '변화할 수 있다'였고, 그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힘이 바로 예술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변화가 항상 옳은 방향으로 간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흐르지 않는 삶은 살아 있는 삶이 아니잖아요. 어쨌든 우리는 변해야 하고, 그 변화를 만드는 힘이 예술에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리고 예술은, 아까도 말했듯이, 모든 것이 될 수 있어요. 그 자체로 존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옛날부터 저는 이런 고민을 하기도 했어요. 어떤 예술은 수만 명에게 큰 임팩트를 줄 수 있잖아요. 그렇다면 작은 개인이 하는 예술은 의미가 있을까? 사실 훌륭한 예술가가 이미 있으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했죠. 그런데 결국 인간마다 속도가 다르고, 100명의 사람에게는 100가지의 다른 위로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100명의 예술가가 필요하고, 100개의 아트솔루션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다양한 방식의 솔루션들이 계속 만들어져야 하고, 그만큼 필요하다고 봐요. 인간은 서로 위로하고, 위로받는 존재이기 때문에, 삶을 함께 나누고 서로를 이해하는 방법으로서 아트솔루션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고독스테이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단순히 한 공간을 만든 사업가의 기록이라기보다 ‘예술이 삶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오래된 질문에 대해 새로운 답변을 듣는 기분이 듭니다.

김지영 대표에게 예술은 거창한 제도나 규범이 아니라,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 메시지는 누군가에게는 공간일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커뮤니티나 관계일 수도 있죠. 그래서 그는 말합니다.

“100명의 사람에게는 100개의 아트솔루션이 필요하다.”

고독스테이는 바로 그 믿음에서 태어난 작은 실험입니다. 그리고 이 실험은 현대인의 고독을 새로운 문화로 제안하고, 우리 각자의 ‘나다움’을 되찾게 하는 과정으로 확장되고 있어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 독자 여러분에게도 자신만의 아트솔루션을 찾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것이 비록 아주 사소한 방식이라 할지라도요. 🌱✨

📌 고독스테이가 남긴 핵심 인사이트, 요점만 쏙!

고독스테이는 입장과 동시에 휴대폰을 보관하게 함으로써, ‘디지털 단식’을 강제하는 공간입니다. 이용자에게 핵심 메시지를 말 대신 공간 자체로 전달합니다. CSR에서도 단순히 활동을 기획하는 것을 넘어, 물리적 환경이 스스로 가치를 말해주는 방식으로 응용할 수 있습니다.

🎨 경험 자체를 예술로 승화하다

고독존에서의 기록, 고요존에서의 침묵, 공상존에서의 사유는 수동적 ‘프로그램’이라기보다 참여자의 감각과 행위를 매개로 한 체험형 퍼포먼스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예술을 수동적 감상의 차원에서 벗어나 신체적·정서적 참여를 통해 구성되는 영역으로 확장시키며, 나아가 예술이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더 건강한 공동체의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고독스테이는 대규모 이벤트 대신 한 사람 한 사람의 고유한 시간을 설계합니다. 이용자들은 방명록에 “나를 위로하는 법을 배웠다”, “이 공간 덕분에 내 안의 목소리를 들었다”라고 기록합니다. 이는 다수를 대상으로 한 얕은 활동보다, 소수에게 깊이 각인되는 경험이 더 큰 변화를 남길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고독스테이는 ‘힐링 공간’을 넘어, 현대 도시인이 번아웃과 과부하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생활양식을 제안합니다. CSR에서도 일회성 프로그램을 넘어 지속 가능한 문화로 발전시킬 수 있는가가 핵심 과제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