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사회공헌이 만났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팁,
ART SOLUTION LETTER #아솔레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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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님 !
“약을 만드는 제약 회사가 예술을 제안한다면, 어떤 변화가 시작될까요?”
낯선 질문처럼 들릴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변화는 한국에자이의 ‘1%의 공감’으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흔히 제약 회사라고 하면, 딱딱하고 과학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죠. 하지만 한국에자이는 단순히 약을 통해 환자를 '치료'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삶에 숨겨진 이야기, 즉 '서사(narrative)'를 이해하려 노력합니다. 질병과 함께 마주하는 일상의 '불안(anxiety)'을 예술이라는 렌즈로 들여다보고, 사회적 편견이라는 벽을 허무는 작업을 지속해 온 이유입니다.
우리는 예술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한국에자이가 자신의 기업 철학인 ‘hhc(human health care)‘를 단순히 구호에 그치지 않고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하는지 궁금했습니다. 한국에자이 서정주 이사와 함께, 개인 간의 ‘돌봄‘을 넘어 사회 전체적인 ’혁신‘을 꿈꾸는 그들의 여정을 따라 가며,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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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hhc와 지식창조 이론 ㅡ
‘공감’이 혁신의 출발점
아솔레터
Q1. 한국에자이의 기업 철학인 ‘hhc(human health care)’가 문화예술 사회공헌 활동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서정주 한국에자이 기업사회혁신 이사(이하 서정주)
환자를 최우선으로 하는 한국에자이의 기업 철학인 hhc는 단순히 약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환자의 삶에 깊이 닿으려는 노력입니다. 이 노력의 근간에는 *노나카 이쿠지로(1935-2025) 교수의 '지식 창조 이론'이 있습니다. 이 이론은 복잡해 보이지만, 핵심은 첫 번째 단계인 *'사회화(Socialization)'에 있어요.
* 일본의 경영학자이며, 히토쓰바시대학 명예교수. 지식경영 (Knowledge Management)의 권위자로, 1980년대 이후 '지식창조이론'을 제창하고 일본 기업의 혁신을 'SECI 모델' 등으로 분석해 세계에 알렸다.
관련 링크: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407856?ref=naver
* SECI 모델(암묵지와 형식지가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는 과정)의 4가지 단계 중 하나
관련링크 : https://en.wikipedia.org/wiki/SECI_model_of_knowledge_dimensions
"사람과 사람이 대면으로 만나 공감하고,
그 속에서 ‘암묵지(Tacit Knowledge)를 얻는다."
바로 이 *암묵지를 얻는 과정에서 문화예술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지식 창조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환자들과의 직접적인 교류를 통해 얻은 암묵지를 조직 내에서 *형식지(explicit knowledge)로 전환하고, 그 형식지를 다시 당사자의 일상에 적용해 문제를 해결합니다. 저희는 이 지식을 활용해 환자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불안(anxiety)'을 덜어주는 솔루션을 찾아요.
* 암묵지 / 暗默知 / Tacit Knowledge: 학습과 경험을 통하여 개인에게 체화(體化)되어 있지만 말이나 글 등의 형식을 갖추어 표현할 수 없는 지식.(ex_ 개인의 경험, 노하우, 직관 등 언어나 문서로 표현하기 어려운 주관적인 지식)
* 형식지 / 形式知 / explicit knowledge: 문서나 매뉴얼과 같이 형식을 갖추어 외부로 표출되어 여러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지식.
이러한 접근 방식이 문화예술과 만났을 때 놀라운 시너지를 만들어냅니다. 문화예술을 매개로 환자들과 함께하는 공동 창작 활동은 단순히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에요. 그 과정에서 환자들은 자기 효능감을 느끼고 역량을 키우며, 질병에 대한 대응력까지 키우게 되거든요.
이 모든 이유로 저희는 이 활동을 ‘사회 공헌‘이 아닌 ‘사회 혁신‘이라고 부릅니다.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넘어, 환자와 지역 사회의 시스템을 바꾸고 그들을 변화의 능동적인 파트너로 만드는 데 가치를 두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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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why? 치매와 뇌전증일까요? ㅡ
아솔레터
Q2. 다양한 사회적 가치 활동 중에서도 특히 치매, 뇌전증 등 특정 질환에 집중하여 예술을 접목하는 이유가 있나요?
서정주
예. 거기에는 몇 가지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저희가 이 분야의 전문 의약품을 다루고 있어서 해당 환자들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죠. 둘째, 사회적인 편견의 벽을 허물기 위해서입니다. 여전히 '간질'이라는 이름 때문에 고통받는 뇌전증 환자들, '삶이 무너졌다'고 생각하는 치매 환자분들이 많거든요.
"저희는 예술을 매개로 그들의 이야기를 가장 섬세하고 효과적으로
사회에 알리고 편견을 깨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사회 공헌’을 넘어 ‘사회 혁신’을 추구합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리빙랩(Living Lab)’ 방식을 활용하는 거죠. 리빙랩은 사람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묶어내 집단적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방법론입니다.
*리빙랩은 생활 실험실이란 뜻으로, 주민이 주도적으로 생활 속 문제를 발견, 해결책을 설계하여 직접 문제해결을 해나가는 사회혁신 정책을 뜻한다. / 출처: https://www.greened.kr/news/articleView.html?idxno=316760
대표적인 예로, 저희가 치매 환자들과 진행했던 '냉장고 안 리모컨' 프로젝트가 있어요. 치매 돌봄 가족들의 일상 이야기를 웹드라마로 만들어 ‘치매에 걸려도 삶이 무너지는 게 아니라, 또 다른 방향의 삶이 펼쳐진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시도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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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자이도 과거에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도했었지만, 한국에서는 당사자들의 참여를 촉진하고 집단적 임팩트를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한 단계 더 발전시켰습니다.
서 이사는 마치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듯,
노인이 편안한 치매 친화적 마을을 만드는 데에도
온 마을이 함께 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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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1%의 공감’이 만든 변화 ㅡ
아솔레터
Q3. 한국에자이의 직원들은 연간 근무 시간의 1%를 환자들과 함께하는 '공감 활동'에 할애하며, 이를 통해 얻은 경험과 아이디어를 사회혁신 프로그램에 반영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러한 독특한 접근법은 어떠한 계기로 시작되었으며, 실제 현장에서 어떤 반응을 얻었는지 궁금합니다.
서정주
'1% 공감 활동'은 hhc철학의 실천입니다. 직원들이 연간 근무 시간의 1%를 할애해 환자들을 이해하는 데 쓰는 거에요. 한국에자이는 2016년부터 이 활동을 시작했어요. 전 직원이 팀을 만들어 다양한 주제로 활동하는데, 중요한 건 '환자와 공감하는 활동'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그리고 이 활동은 1년에 한 번으로 끝나는 이벤트성 봉사가 아닙니다. 지속 가능한 활동이 되도록 시스템화되어 있죠. 실제 이 활동은 직원들의 KPI(핵심성과지표)에 반영될 정도로 회사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되었죠. 계획부터 보고까지, 모든 과정이 회사의 공식적인 업무 절차에 포함됩니다.
글로벌 차원에서 진행되는 활동이지만, 한국에자이는 추진 체계를 좀 더 구체화하고 고도화시켰어요. 덕분에 한국의 활동은 글로벌 본사에서도 주목받았습니다. 한국이 hhc활동을 가장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나라로 인식되면서,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한국 사례를 배우러 방문하기도 했어요.
이러한 활동은 직원들에게도 큰 변화를 가져옵니다. 저는 공감에도 단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동정(Sympathy)' 단계에 머물러 있을 수 있죠. "참 안됐다"라고 생각하면서도, 내 삶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긋는 단계입니다.
하지만 꾸준히 환자들과 만나고 소통하면서 '공감(Empathy)'의 단계로 나아가게 됩니다. "이건 남의 일이 아니다,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라고 느끼는 순간이죠. 그리고 마침내 '컴패션(Compassion)'의 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고통을 함께 느끼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행동하고 기여하려는 마음이 생기는 겁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직원들은 단순한 '동정'을 넘어선 공동의 성장을 경험합니다.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고, 삶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면서
새로운 행복감을 느끼기도 하죠.
저는 문화예술이 이 모든 과정에서 촉매제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문화예술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Connect)하고, 환자들이 필요한 해결책을 함께 디자인(Co-design)하는 것을 돕습니다. 나아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삶의 가치를 함께 생산(Co-production)하게 되죠.
궁극적으로 저희는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기업이 주도하여 환자와 전문가, 여러 이해관계자가 함께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리빙랩'을 운영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사회에 의미 있는 변화를 한 걸음씩 내딛게 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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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닙니다. 단순한 '동정(sympathy)'에서 시작해, 깊은 '공감(empathy)'을 거쳐, 행동으로 옮기는 '컴패션(compassion)'의 단계까지 나아가죠. 저희는 이 활동을 통해 직원들이 점진적으로 더 깊은 공감을 경험하고, 환자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ㅡ '리빙랩'이라는 방법론, 사회 변화의 촉매 ㅡ
아솔레터
Q4. 회사소개에는 '노나카 이쿠지로' 교수의 지식창조이론 중 '공감(Socialization)'을 강조하며, 리빙랩(Living Lab) 기반 솔루션 플랫폼을 지향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hhc 철학과 더불어, 공감을 통한 지식 창조가 귀사의 사회혁신 활동에서 어떻게 실제적인 가치로 이어지는지 궁금합니다.
서정주
'공감'을 통해 얻은 암묵지를 '리빙랩‘이라는 방법론으로 구체화합니다. 리빙랩은 단순히 '주는 활동'이 아니라, 사회 변화의 '촉매(catalyst)' 역할을 해요. 당사자인 환자를 중심으로 전문가, 기업, 학계,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문제를 해결하는 플랫폼인 거죠.
“저희가 이 방법을 고집하는 이유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궁극적으로 사회 전반에 확산되어 더 큰 변화를 만들어 낼 '프로토타입(prototype)'을 만들기 위한 '실험 파트너'를 계속 찾고 있어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과 3년째 진행 중인 'SE브릿지지(SE-Bridge)' 사업이 바로 그 예입니다. 부천에서는 부천의료복지사회협동조합과 함께 '건강지킴이' 활동을 고도화했고, 기장에서는 '정원치유(Garden Therapy)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현재는 인지 저하를 겪는 분들의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모색하는 공모를 진행 중입니다.
이 모든 활동은 공공과 민간의 비효율적인 구조를 깨고, 실질적인 임팩트를 낼 수 있는 효율적인 협력 모델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렇게 '공감'에서 시작된 작은 아이디어가 '리빙랩'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구체화되고, 사회적경제 영역과 만나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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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삶의 온도 ㅡ
아솔레터
Q5. 경험 전문가(=환자)분들과 예술가들이 함께하는 창작 과정에서, 혹시 예상치 못한 에피소드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들려주실 수 있나요?
서정주
저는 워크숍에 몇 번 참여하긴 했지만, 사실 저희 팀원들이 현장의 뒷이야기를 더 많이 알고 있어요. 얼마 전 한 팀원에게 들은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저희와 함께 작업하는 창작자 중에 임신하신 분이 있었어요. 출산이 임박해 있었는데, 그분이 치매를 겪는 어르신들과 소통하면서 특별한 공감대를 느꼈다고 하더라고요.
출산을 경험해 보지 않은 젊은 사람들은 막연한 두려움을 갖곤 하잖아요? 그런데 치매를 경험하는 것이 출산과 육아에 대한 두려움과 비슷하게 느껴졌다는 거예요. '내가 알던 세상이 아닌 새로운 영역으로 들어간다'는 점에서요. 또 다른 창작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치매를 경험할 즈음이면 인생의 겨울에 접어든다고 생각했는데,
이분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아직도 뜨거운 여름을 살고 계신다는 걸 느꼈다"
그들의 삶에서 느껴지는 온도가 정말 인상적이었다고 합니다.
저희 활동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창작자들은 자신을 '경험 전문가(=환자)‘인 어르신들과 만나면서 오히려 본인들이 더 성장하는 것을 느껴요. 그 과정에서 소소하고 사랑스러운 에피소드들도 정말 많이 생겨나고요. 한 어르신은 함께 작업하는 창작자를 너무 예뻐해서 어쩔 줄 모른다고 해요. 서로 긍정적인 신호를 주고받으며 기대와 수용의 마음이 쌓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깊은 공감이 쌓였다는 뜻이겠죠.
물론, 이런 모든 과정은 혼자만의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에요. 노원구 치매안심센터처럼 협력 기관의 적극적인 도움이 있었기에 프로젝트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바쁜데 이런 것까지 해야 되나요?'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직원이 이 활동을 '가장 의미 있는 프로그램'으로 꼽습니다. 환자들을 깊이 이해하면서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도 커졌고요. 한때 참여를 망설였던 직원이 다음 활동을 먼저 제안하는 경우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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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분들이 훌라 댄스 공연을 했을 때, 한 가족분이 오셔서 "우리 엄마가 이렇게 행복해하는구나."라며 눈물을 흘리시던 순간은 저희 모두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으로 남았습니다. 그 눈물은 저희의 노력이 단순한 '공헌'을 넘어, 한 사람의 삶에 실제로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는 증거였죠. 결국 이 모든 노력들이 모여, 사회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한 걸음이 되고 있습니다.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이나 기타 인지기능의 저하가 객관적인 검사에서 확인될 정도로 뚜렷하게 감퇴된 상태이나,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능력은 보존되어 있어 아직은 치매가 아닌 상태를 의미한다.
ㅡ 예술, 질병을 예방하는 사회적 처방 ㅡ
아솔레터
Q6. 앞으로 한국에자이가 새롭게 추진하고자 하는 예술 관련 사회혁신 활동 계획이 있나요?
특히, 예술을 통해 어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시나요?
서정주
예술이 단순한 '치료'를 넘어,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는 '예방적 정책'과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아픈 후에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건강할 때부터 건강을 지키고 질병을 예방하며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거죠. 이런 개념을 저희는 '사회적 처방(Social Prescription)'이라고 부릅니다.
실제로 캐나다나 영국 같은 나라에는 이미 이 제도가 정착돼 있어요. 국가 정책과 연결된 '소셜 프리스크립션(Social Prescription)‘이라는 제도는 의사가 환자에게 약 대신 문화예술 활동을 처방해요. '사회적 고립'이 질병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지역사회와 연결되어 미술관을 가거나 합창을 하는 등 본인이 원하는 활동을 하도록 돕는 거죠.
이러한 사회적 처방이 한국에서도 활성화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누구도 홀로 외롭게 병들지 않도록』이라는 책의 원제는 '더 컴패션(The Compassion)'입니다. 이 책의 연구 내용처럼, 지역사회의 자원을 연결해 사람들이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게 되면 실제 병원 이용률과 입원율이 낮아질 수 있거든요.
“저희는 당장 내년에 거창한 계획을 발표하기보다,
긴 호흡을 가지고 예술 활동이 사람들의 '예방, 준비, 대응'에
기여하는 촉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실험들을 이어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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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촉진자 역할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예로 훌라 댄스가 있어요. 훌라 댄스는 단순한 춤이 아니라 하와이의 자연과 교감하며 노래 가사를 몸으로 표현하는 영적인 춤이에요. 가사를 생각하며 몸으로 표현하는 동작들이 '인지적 자극, 신체적 자극, 정서적 자극'을 한꺼번에 주거든요. 세 박자가 맞아떨어지는 거죠.
이런 훌라 댄스가 치매를 겪는 어르신들에게 매우 좋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한국하와이 문화협회와 협력해 자격증 과정도 만들고, 양산에서 8주, 혹은 12주 프로그램을 진행했죠.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분들과 참여하지 않은 분들을 비교해 우울, 인지 기능, 신체 기능의 변화를 연구했고, 실제 논문으로도 발표했어요. 이처럼 예술 활동이 사람들의 삶에 가져오는 긍정적인 변화를 연구하고, 이를 사회적 처방과 연결하는 길을 계속 모색해 나갈 예정입니다.
아울러, 저희가 시작한 'D-LAB(치매 리빙랩)'의 첫 번째 프로그램인 'D-Cafe(Dementia Cafe)'도 같은 맥락이에요. D-Cafe는 실제 카페라기보다는, 치매 당사자들이 서로 모여 지지하고 소통하는 '만남의 거점'을 의미해요. 일본에는 이런 인지증 카페 '이바쇼(いばしょ,있을 곳)'가 8,500개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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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도 '걸어서 15분 거리'에 내가 갈 곳이 있고,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 서로 지지할 수 있는 '이바쇼'가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3년 전 D-Cafe를 시작했어요. 현재 전국 11곳을 펀딩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더 많은 곳으로 확장하기 위해 공모 방식을 도입할 예정입니다.
처음에는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들과만 소통했지만, 이제는 행정안전부(마을 혁신), 문화체육관광부(문화예술), 심지어 국토교통부(도시재생)와도 연결되고 있습니다. 많은 기관이 도시 공동체 활성화의 핵심이 '돌봄'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공공과 민간이 따로 하던 비효율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임팩트를 낼 수 있는 협력 모델을 만들어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고 싶습니다.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을 한 달에 몇 번 'D카페'로 운영하는 것처럼, 물리적인 공간에 다양한 콘텐츠를 채워 고립된 어르신들이 모일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에 지속 가능한 돌봄 관계망을 활성화하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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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자이 기업사회혁신 서정주 이사 l 촬영 ⓒ아트솔루션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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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의 온도를 나누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치유의 시작
우리 모두는 누구나 아플 수 있고, 나이 들고, 장애를 가질 수 있는 취약한 존재입니다.
특히 '치매'라는 단어는 그 취약함을 상기시키는 가장 무겁고 차가운 울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서정주 이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 단어의 온도가 조금씩 바뀌는 것을 느꼈습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헬스케어는 병원과 약의 영역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헬스케어는 사람과 사람이 공감하고 연결되는 과정에서 시작된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1%의 시간과 공감에서 시작된 작은 움직임이 사회 전체의 질병을 예방하고, 누군가의 삶에 온기를 불어넣는 거대한 파동이 될 수 있다는 걸 말이죠.
결국 좋은 삶을 고민하는 이들의 노력이 모여, 우리 모두를 위한 ‘사회적 처방’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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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er
김유나 에디터 창의적이며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싶은 김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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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솔레터'는요!
📌 When?
-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
📌 for Whom?
- 예술과 함께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기획해보고 싶은 기업의 CEO 및 사회공헌 담당자
- 사회 문제에 질문을 던지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예술에 관심이 있는 예술가/기획자
- 그 외 관심 있는 모두!
📌 for What?
- 다양한 키워드를 주제로 예술과 사회문제가 만날 수 있는 지점을 탐색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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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솔레터를 만드는 사람들
편집장 임지선, 에디터 김유나, 이유빈
블루버드씨 김상미, 김재용, 최정숙, 이채현, 하윤수, 조태훈
교정교열 및 감수 김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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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주식회사 블루버드씨 interview@artsolution.kr 서울 성동구 뚝섬로13길 38 상상플래닛 502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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