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무서운회사 현장스케치, 강우정 연출 인터뷰 예술과 사회공헌이 만났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팁,
ART SOLUTION LETTER #아솔레터 vol.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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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립의 시간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
홀로 방 안에서 보낸 시간. 누군가에게는 지우고 싶은 공백이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그 시간이 '우직한 경력'이자 '작품의 언어'가 되었습니다. 고독사의 두려움을 고양이에게 이야기하던 연출가는 은둔·고립 청년들이 마음을 열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무대라는 안전한 가상의 공간을 만들었어요. 당사자 기반 실천형 단체 안무서운회사는 오랫동안 '지원의 대상'으로만 불려온 은둔·고립 청년들의 감각과 경험, 타인을 이해하는 힘을 하나의 역량으로 다시 읽어냈고요. 멈춰 있던 시간이 공백이나 결함이 아니라 하나의 서사가 될 수 있다는 것. 이번 호는 그 이야기를 두 편으로 전해 드려요. 노마딕씨어터 나들이 강우정 연출이 말하는 '허구의 세계에서 시작되는 진짜 회복'과, 안무서운회사의 <은둔고수 드래프트> 현장에서 만난 청년들의 목소리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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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 아솔레터, '외로움'을 만나다
외로움이 하루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해롭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으로 시간당 100명이 숨진다는 통계도 발표됐죠(2025, WHO). 이에 국내외 공공을 중심으로 외로움을 핵심 사회 의제로 다루는 움직임은 이미 시작되었어요. 2018년 영국은 세계 최초로 외로움 담당 장관을 임명했고, WHO는 외로움을 세계 보건 위협으로 규정했습니다(2023). 서울시도 '외로움 없는 서울' 종합대책을 발표했고요(2024). 하지만 아직 '외로움'과 연결된 창의적인 CSR 사례나 민간의 실천은 많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아솔레터가 나서보려 해요. 학계, 기업, 현장의 목소리까지 - 외로움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어떤 시각으로, 어떤 방식으로 풀어갈 수 있을지 다각도로 조명해볼게요. 그 첫 번째 이야기는 '청년'입니다. AI의 등장으로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20대를 통과하고 있는 청년 세대의 외로움을 3월부터 5호에 걸쳐 깊이 들여다볼게요. 매달 다른 형식과 목소리로 찾아갈 아솔레터, 기대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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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멈춰 있던 청년의 시간은 어떻게 역량이 되는가?
안무서운회사 <은둔고수 드래프트> 현장 취재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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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은둔 청년을 지원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만의 ‘우직한 경력’을 쌓아온 스페셜리스트로 다시 바라보게 한 <은둔고수 드래프트>. 그 생생한 현장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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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청년이란 단어 속에는 얼마나 많은 각자의 다양함이 숨겨져 있을까요?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청년(靑年)은 “신체적ㆍ정신적으로 한창 성장하거나 무르익은 시기에 있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단어의 사전적 정의만으로 우리가 청년을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다소 충분치 않은 것 같습니다.
국가 정책 단위에서도 청년의 범주는 더욱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실이 운영하는 청년 정책 통합 플랫폼 ‘온통청년’에서는 청년을 위한 다방면의 정보를 알려주고 있는데요. 일자리, 교육, 주거, 금융 등의 카테고리 안에서 ‘청년’이라는 대상은 ‘미취업 상태 청년’, ‘구직 단념 청년’, ‘취업 애로 청년’처럼 연령, 고용 상태, 사회적 위치에 따라 구분된 납작한 단어로 환원되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 청년들의 모습은 사전적 정의와 정책적 대상의 범주만으로 설명될 수 있는 존재일까요? 제 대답은 분명히 “아니다”에 가깝습니다. 지난 3월호 라운드테이블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청년은 ‘잘 살지는 못하더라도 일단 살아가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 ‘자신의 감정조차 정당한지 확인하는 사람’, ‘나를 잃어버리지 않으려는 사람’ 등과 같이 저마다의 언어와 삶의 환경 속에서, 나 자신에 의해 또 타인에 의해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하나의 ‘존재’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그중 고립과 은둔을 경험한 청년들을 측정 가능한 수치나 행정적 범주가 아닌 한 사람의 이야기로서 주목한 한 단체의 활동을 들여다보려고 해요. 바로 지난 4월 24일 나루아트센터에서 진행된 안무서운회사의 ‘은둔고수 드래프트’인데요. 직접 현장을 찾아 취재한 그날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볼까요?
“탁상에서 혼자 만드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실패해도 괜찮고, 더뎌도 괜찮다는 걸 계속 얘기해주고 싶었습니다”
“정책을 만들고 연구를 하려면 결국
당사자의 이야기를 직접 해줄 사람이 필요하잖아요.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려면
당사자의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6개월이라고 하면
‘그게 무슨 은둔이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저 같은 사람은 혼자 나오기 정말 어렵거든요.
그냥 ‘힘내세요’가 아니라,
옆에서 같이 버텨주면서
방향을 찾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냥 쓸모 있구나, 이런 모습도 인정받는구나 하는
느슨한 연결감이 큰 계기가 됐어요”
“저는 운이 좋은 당사자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게 단순한 운이 되지 않도록,
제가 느꼈던 포인트들을 인사이트로 나누고 싶었습니다.”
“오랜 은둔을 경험한 사람들 중에는
의도치 않게 관계의 접근과 이탈을 반복하다가,
결국 빌런처럼 보이게 되는 경우가 있어요”
“역설적으로 제일 힘든 사람들이 도움을 못 받고,
결국 더 힘든 선택을 하게 돼요”
“저 같은 사람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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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당신의 고립이 ‘작품’이 될 때, 비로소 시작되는 생존의 언어
강우정 노마딕씨어터 나들이 대표·연출 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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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안전한 실패를 통해 현실을 견뎌낼 ‘마음의 맷집’을 기르는 시간 — 연극이라는 허구의 세계에서 은둔·고립 청년들을 만나며, 그들이 삶의 대본을 새로 써 내려가도록 이끄는 강우정 연출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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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연극’이라는 단어에서 화려한 조명과 뜨거운 박수갈채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노마딕씨어터(Nomadic theatre) 나들이의 강우정 연출에게 무대는 조금 다른 의미를 지닙니다.
그에게 연극이란 세상을 향한 거창한 외침이기 이전에, 차가운 방 안에 갇힌 이들이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해 내뱉는 최소한의 ‘생존의 언어’입니다. 나아가 타인과 연결되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허구의 통로’이기도 하죠.
사람 사이를 잇는 방법을 오랫동안 고민해 온 그는, 공연과 교육 현장에서 고립과 외로움의 풍경을 꾸준히 탐색해 왔습니다. 이번 만남을 통해 우리가 바쁜 일상 속에서 놓쳐버린 ‘연결의 감각’을 가만히 되짚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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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어떻게든 밖으로 나가서 여기 사람 죽었다고 소리만 내줘” ‘고독사’의 두려움에서 피어난 질문
제가 유독 ‘고립’과 ‘외로움’이라는 내밀한 감정에 주목하게 된 데에는 제 개인적인 서사가 깊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2008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가 캐나다로 이민을 가시면서 저는 의도치 않게 15년이라는 긴 시간을 홀로 보내야 했습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고양이 한 마리와 단둘이 세상에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이었죠.
그때 밤마다 방 안에서 마주했던 것은 단순한 외로움이 아니라 실존적인 두려움이었습니다. 바로 ‘고독사’에 대한 공포였어요.
“혹시라도 내가 갑자기 죽으면 누가 나를 처음 발견할까? 옆에 있는 고양이한테 장난처럼 말하곤 했죠. ‘네가 어떻게든 밖으로 나가서 여기 사람 죽었다고 소리만 내줘. 그러면 우리는 해외 토픽감이다’라고요. 그렇게 밑바닥의 고립감을 처절하게 겪고 나니 비로소 결심이 서더군요.”
예술가라는 존재는 참 묘하죠. 그 지독한 고독의 늪에서 허우적대다 보니, 역설적으로 ‘이 감정을 그대로 썩히지 말고 창조적인 자원으로 활용해 봐야겠다’는 주체적인 의지가 샘솟기 시작하더군요.
내가 직접 겪어봤기에, 지금 이 순간에도 차가운 방 안에서 고독과 싸우고 있을 또 다른 이들의 마음을 조금은 더 가까이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를 살리기 위해 시작했던 질문은, 어느새 닫힌 방 안에 머물고 있는 또 다른 누군가의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리게 하는 힘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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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라서 가능한 ‘진짜 회복’
가상의 삶을 빌려 내가 아닌 존재가 될 때 비로소 열리는 마음의 문
은둔 청년들에게 현실은 때로 매 순간 나를 평가하고, 거절하고, 상처 주는 공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자, 이제 용기를 내서 현실 밖으로 나와봐!”라는 말은 아직 준비되지 않은 이들에게는 너무 빠른 속도를 재촉하는 일일 수도 있어요.
반면 연극은 처음부터 픽션(fiction)임을 전제하는 공간입니다. 현실의 내가 아니라 잠시 다른 존재가 되어볼 수 있고, 현실에서는 망설였던 말과 행동도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시도해 볼 수 있죠.
“연극은 가상의 공간이기에 역설적으로 안전합니다.
예를 들어 평생 착한 딸, 말 잘 듣는 아이의 역할 안에
머물러 있던 사람에게
신랄한 ‘계모’ 역할을 맡겨보면
현실에서는 하지 못했던 말들이
의외로 자연스럽게 나오기도 합니다.
그렇게 사람들은 평소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다른 방식으로 경험하고, 이야기해 보게 됩니다.
가상의 삶을 경험하는 과정 속에서
청년들도 조금씩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저는 연극 안에서 ‘최적의 좌절’ 혹은 ‘건강한 상실감’을 경험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현실에서는 거절이 두려워 시도조차 못 했던 일들을 연극이라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시도해 보며 실패와 성공을 차곡차곡 쌓아갈 때 비로소 현실의 맵찬 바람을 견뎌낼 ‘마음의 맷집’이 길러지기 때문입니다. 모든 게 내 마음처럼 흘러가지는 않더라도 관계가 끝나거나 내가 무너지지 않는다는 감각, 그런 안전한 경험들이 쌓이며 현실의 관계를 살아낼 마음의 힘도 조금씩 자라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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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너머의 바깥세상을 궁금하게 만드는 ‘만약에’의 힘 주체적인 인생의 첫 대사를 써 내려갈 청년에게 전하는 응원
“제가 여러분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질문 하나는 꼭 건네고 싶어요. ‘만일 내일 하루를 오롯이 나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다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
바로 이 대목에서 연극의 메커니즘, 즉 ‘As if의 힘’이 필요합니다. ‘내가 만일 이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해 채울 수 있다면’, ‘만일 과거의 아픈 기억을 내 뜻대로 바꿀 수 있다면’과 같은 재미난 상상들을 시작해 보는 거예요.
이러한 상상과 가상의 시도들이 방 안에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어느 날 문득 문 너머의 바깥세상이 아주 조금은 궁금해질지도 모릅니다.
세상 밖으로 걸어 나왔을 때 조금 서툴면 또 어떻습니까. 사람들 앞에서 실수 좀 하면 또 어떻습니까. 타인의 기준에 맞춰 완벽해지는 삶보다, 조금 모자라더라도 내가 나를 인정하며 살아가는 그 자체로 삶은 더 소중하다고 저는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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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과 사회공헌의 만남, 아트솔루션레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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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솔레터 5월호를 만든 사람들
발행 (주)블루버드씨
편집장 김상미
담당 이채현
교정 및 교열 신정진 문의 chai@bluebirdc.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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