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찬 차장

“대교국제조형심포지엄”의 첫 시작은 일반적인 공모전이었어요. 2000년 ‘전국 대학생, 대학원생 조각대전’으로, 학생 작가들이 작품을 지원하면 심사를 통해 수상 작품을 선정하고 상금을 주는 형식의 공모전으로 출발했죠. 2012년부터는 대교그룹의 경영 철학인 “교학상장(敎學相長, 가르치고 배우며 함께 성장한다)”을 반영하여, 학생 작가들이 협업하며 노하우를 공유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어요. 매년 국내외 미술대학에서 공모를 받아 선발된 학생 작가들이 심포지엄 기간 동안 합숙하며 함께 작품을 제작하고, 서로의 강점, 예술관 등을 공유하며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창작 레지던시 형식으로 변화된 것입니다.

“조각이라는 작업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작업은 아니잖아요.

건설 현장에서 일하시는 기술자분들의 일하는 강도와 활동이 비슷하게 느껴져요.

심포지엄에 참가한 작가들이 망치로 두들기고, 용접하는 모습들을 보면

‘이게 예술인가?’ 싶을 정도로 정말 거친 작업들이더라고요.”

유동찬 차장

재단이 특히 조각예술 분야를 지원하는 이유는 다른 시각예술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이 주요합니다. 사진이나 회화 같은 예술 장르는 작품 거래도 굉장히 활발하고, 대중에게 선보일 기회와 방식이 비교적 쉬운 방면, 조각은 재료 자체도 크고 무거울 뿐 아니라 작업 장소도, 작품을 이동하거나 전시를 열기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작가들 역시 이를 알고 있기에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조각예술 분야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심포지엄을 진행하면서 조각 분야의 어려운 환경을 다시 느낄 수 있었어요. 참가 대상이 학생들이다 보니, 작품 활동이 가능한 학교를 섭외하며 여러 학교들을 옮겨 다니는 방식으로 심포지엄을 진행하게 되는데, 조소 전공이 점점 줄어 학교를 선택할 때마다 위기를 느끼거든요. 학생들이 졸업한 후에 전공과 관련된 직업을 가질 수 있어야 취업률에 따라 과를 운영하는 학교 입장에서 과를 계속 유지할 명분이 있을 텐데 조소는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이죠. 졸업하고 작업을 계속 하려고 해도 재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전공과 무관한 공장에서 일을 하거나, 전혀 다른 일을 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소과에 지원하는 학생도 축소되고 조소과가 있는 학교도 점차 사라지는 추세입니다.

대교국제조형심포지엄 2024 작업 스케치 

ⓒ세계청소년문화재단 Youtube

유동찬 차장

그래서 그런지 조소 전공 학생들은 사람에 목말라 있는 것 같았어요. 어떤 학교는 대학원생이 총 2명으로, 다른 조소과 학생들과의 만남이 어려운데 이 심포지엄을 통해서 네트워킹이 되고, 학교 때 친구들보다 더 끈끈하게 지내면서 계속 만남을 이어가더라고요. 저희가 이런 '교류의 장'을 열어주는 역할도 하고 있어요.

아솔레터

“대교국제조형심포지엄”은 주최가 두 곳이네요?  

유동찬 차장

대교는 대교문화재단과 세계청소년문화재단, 이렇게 두 개의 문화재단과 봉암학원이라는 학교법인을 가지고 있어요. 세계청소년문화재단은 청소년들의 장학 사업으로 문화, 예술, 스포츠 활성화, 예체능 유망주들의 발굴 및 후원을 위해 2007년에 설립되어, 여서정(기계 체조), 이호준(수영), 최희진(육상) 선수를 후원했고, 꿈나무 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어요. 대교국제조형심포지엄은 대교문화재단에서 시작되었으나, 현재는 세계청소년문화재단과 공동 주체이고 세계청소년문화재단이 메인이 되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학생 조각가 대상의 심포지엄

유동찬 차장

대교국제조형심포지엄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장관상을 지원하고, 외교부에서는 후원 명칭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는 세계청소년문화재단이 매개 단체로 선정되어 지원금을 받고 있습니다. 선정된 국내외 학생 작가들은 서로 만나서 각자의 작업 방식을 접할 수 있고, 교류를 통해 작업이 확장 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게 됩니다.

“학생 조각가 대상의 심포지엄은 없어요. 저희 하나밖에 없어요.

물론 한국, 터키나 불가리아, 일본, 중국 등 다른 나라에도 조각 심포지엄이 있는데,

모두 기성 작가 대상이고, 학생 대상의 심포지엄은 없어요.

<대교국제조형심포지엄> 이거 딱 하나예요!”

아솔레터

이렇게 유일무이한 심포지엄의 심사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유동찬 차장

대학교 원로급 교수님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있습니다. 운영위원회에서 심포지엄 장소인 학교를 섭외하고, 교수님들이 모여서 ‘올해 심포지엄은 어떻게 운영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나누고, 참여 작가 선발을 진행해요. 운영위원회와는 별개로 참여 작가 선발은 심사위원회에서 진행하는데, 모두 블라인드 심사로 진행됩니다. 혹시라도 자기 학교 학생이 심사 대상이 되는 경우에 본인이 심사를 하지 못하도록 심사 회피제도 함께 시행하고 있어요. 공정성을 가지기 위함이죠. 이러한 심사를 거쳐 참여 작가를 해외작가를 포함해 10명에서 12명까지 선발해요. 선발된 참여 작가들이 심포지엄 기간 동안 작품을 완성하면 선발에 참여한 교수님들은 심사에서 제외하고 별도로 구성된 심사위원으로 최종 심사를 진행합니다.

최종 심사는 현재 필드에서 뛰고 있는 기성작가 분들을 심사위원으로 참여토록 해서 진행합니다. 참여 작가가 처음에 계획했던 작품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완성도 있게 제작되었는지, 본인이 생각하는 작품의 예술관이 보이는지 등등, 모든 부분을 평가하죠. 이 또한 블라인드 심사로 진행되며, 최종적으로는 저희 재단에서 취합한 자료를 가지고 수상자를 선정하게 됩니다.

 “심사가 이렇게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행사가 오래 지속될 수 없더라고요.

철저한 블라인드 심사로 인한 공정성 보장이 아마도 대교국제조형심포지엄을

지속적으로 더 오랫동안 유지시킨 비결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유동찬 차장

저는 2021년부터 심포지엄을 담당하면서 ‘작품이 더 많은 대중들에게 공개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첫 회에 ‘북서울꿈의숲’에 있는 조그마한 전시실에서 전시를 했는데 생각보다 관람객이 없었어요. 다음 해에는 인사동에 있는 아라아트센터에서 진행했는데 관람객들도 많이 오고 반응이 좀 더 좋더라고요. 그래서 작년에는 서울숲에서, 올해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점점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서 전시를 하게 되었어요. 어찌 되었건, 조금이라도 작품이 많이 노출될 만한 장소를 섭외하고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이름이 많이 알려지고, 작품도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취지입니다.

대교국제조형심포지엄 2024 Installation view, 세종문화회관

ⓒ아트솔루션레터

아솔레터

지원 금액과 정산처리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유동찬 차장

심포지엄 기간은 17박 18일이고 숙식 및 작품 활동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합니다. 이와 별개로 모두에게 추가로 장학금 300만원을 지급하고 작품 활동에 필요한 별도의 재료비, 보조 작가 외 모든 인프라를 재단에서 지원해요. 학생 작가들이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장바구니에 재료를 담아놓으면 사무국에서 재료 구입을 대행하는 방식이죠. 재단에서는 학생 작가들이 오로지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학생들이 심포지엄에 참가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 것 같아요.

아솔레터

심포지엄에서 탄생한 작품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유동찬 차장

작품은 다양한 공간에서 대중과 만나게 됩니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일 수 있도록 대교본사, 호텔 로비 및 정원, 골프장, 행사장 등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에서 작품이 향유될 수 있도록 순회 전시를 하는 거죠. 아울러 잠정적으로 지역 지자체, 문화재단, 예술 관련 단체, 작품에 관심이 있는 기업 등과 협업을 통해 전시와 작품 대여, 후원금 유치 활동 등을 다양하게 진행하여 신예 작가들에게 물질적 뿐만 아니라 작가로서의 자부심도 키울 수 있도록 다방면의 혜택을 지원하고 싶습니다.

아솔레터

대교국제조형심포지엄 출신의 블루칩 작가들을 몇 분 소개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유동찬 차장

전시장에서 역대 수상작가 작품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요즘 굉장히 핫하신 김원근 작가님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어요. 김원근 작가님은 세계 유수의 심포지엄을 모두 참가하는 글로벌한 아티스트입니다. 작품을 구매하고 싶어 하는 분들도 굉장히 많은 유명한 분이죠. 그리고 이번 심포지엄에서 사회를 봐주신 단국대학교 김병진 교수님, 재활용골판지를 활용해 작품을 만드는 김주영 작가님 등 한국의 유명한 조각가는 거의 다 대교심포지엄 출신들이에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죠.

김병진 作, 2006 우수상 수상, 

KEB 하나금융그룹 골프 우승 트로피 제작

ⓒJTBC골프 디지털 뉴스 

아솔레터

대교국제조형심포지엄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나갔으면 하시나요?

유동찬 차장

대교국제조형심포지엄은 전 세계 유일무이한 대학생, 대학원생의 배움의 장이고, 기성작가로 나아가는 ‘등용문’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매년 기부금 등을 통해 마련된 한정된 예산에서 운영하다 보니, 아쉬울 때도 많아요. 상대적으로 힘든 분야에 많은 작가들이 참여해 서로 배우면서 함께 성장하는 장을 계속 마련하고 싶습니다. 이를 재단은 뒤에서 묵묵히 응원하겠습니다.

유동찬 차장

그런데 이사장님께서도 이제는 은퇴를 고려하시는 때가 돼서 사실 저희 어깨도 더욱 무거워 집니다. 25년 동안 지속해 온 대교국제조형심포지엄이 더욱더 연속성을 가지고, 작가가 주인공이 되는 심포지엄을 위해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아요. 그래서 사무국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어요. 특히, 올해부터 청년 후배 작가들을 위해 후원금 유치 활동에 관한 자문을 받아서 홍보도 하고, 관람객들에게 학생들을 위한 후원금 유치를 홍보하기 위해 전시 브로슈어와 전시장 작품 캡션 옆에 후원금 QR코드를 부착해 두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못 보신 분들이 많아서 내년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알리고, 저희와 같은 방향을 고민하고 계시지만, 쉽게 접근 못하는 개인이나 단체가 있으면 함께 Win-Win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대교국제조각심포지엄 2024 

 전시 브로슈어 QR코드 기재

ⓒ아트솔루션레터

유동찬 차장

올해 처음으로 오롯이 청년 작가 양성과 점점 축소되는 조각 분야를 위해 후원금 모금을 진행했어요. 아시겠지만, 저희 재단은 지정 기부금 단체로 기부자들에게는 절세의 기능을 하는 반면, 후원금은 심포지엄을 위해 100% 쓰입니다. 작게 시작했지만, 꾸준한 모금 활동을 통해 학생 작가들에게 조금이나마 더 많은 혜택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예를 들면 수상 부문을 늘려, 학생들에게 더 다양한 장학금을 지원해주거나, 재료비 지원을 늘리거나, 그들이 안전하게 작업 할 수 있도록 보호 장비를 더 사 주는 등 학생 작가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부분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사업은 학생들의 꿈이거든요. 그래서 저의 목표는 다른 장르처럼 조각 작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져서 전시를 많이 보러오고, 학생들이 어떻게 작업을 하고 조각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대중들이 예술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어 작가들은 힘을 얻고, 더욱 힘내서 작품 활동을 하면 좋겠습니다.

아솔레터

어떻게 보면 대교문화재단에서 조각 예술 후원을 시작으로, 궁극적으로 모두에게 공익적인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과정에서 대교가 문화예술을 통해 마주한 변화가 있을까요?

유동찬 차장

문화예술을 통해 공익을 쫓거나 사회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면 너무 거창하겠지만, 저희는 심포지엄으로 조각 예술 전공 학생들이 사회에 처음으로 작가로서 발을 들이는 ‘등용문’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17박18일 동안, 짧은 시간 내에 보조 작가 포함 24명의 작가들이 고도의 집중력과 끈기, 그리고 협동심을 발휘하여 제일 큰 결과물을 만드는 경험이 이들한테는 ‘나는 다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주고, ‘비인기 영역인 조각 분야를 우리가 다 같이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마음도 갖게 해줘요. 그래서 서로를 더 끈끈하게 이어주는 구심점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심포지엄을 통해 학생들이 성장하는 모습은 본인들이 놀랄 정도로 굉장해요. 그들이 작가로서 데뷔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고, 사라져가는 분야에 계속 불씨를 지피고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교국제조형심포지엄 2024 선정 작가, 보조 작가, 담당자 등

ⓒ세계청소년문화재단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