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룡 대표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고, 2010년 사회공헌 컨설팅 회사 ㈜플랜엠을 창업한 이후 10년 만에 한국사회가치평가를 설립했습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사회복지사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었고, 4년간 자활사업, 노인복지 현장에 있었지만 지금은 사회복지 현장을 떠나 비즈니스에 매진하고 있어요. 2006년 이후 기업사회공헌 컨설팅 분야에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기업 및 NPO와의 프로젝트 경험이 있으며, 법인뿐만 아니라 개인 자산가들과의 만남을 통해 재단의 설립 및 유산기부와 관련한 기부컨설팅까지 공익 분야에서 다양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2014년 이후 SK그룹과의 인연을 바탕으로 사회적 가치의 측정과 평가를 주제로 한 연구와 프로그램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며, 다양한 주체들이 효과적으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한국사회가치평가를 설립했습니다. 현장 출신의 공익 컨설턴트로서 영리, 비영리, 사회적 경제 영역을 넘나들며, 다양한 섹터 간의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고, 임팩트를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동료들과 함께 모색하고 있어요.

장기적으로 임팩트 창출에 대한 방향과 가치평가는 독립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플랜엠이 하는 일은 ‘임팩트 창출에 대한 컨설팅’이에요. 기업들이 사회공헌 사업을 진행할 때 어떻게 임팩트를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을 함께 찾아가요. 그리고 한국사회가치평가는 ‘임팩트 평가’에 집중합니다. SK에서 운영하는 사회성과 인센티브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저희가 함께하게 되면서 전체 업무 비중에서 가치평가 업무 비중이 늘어났어요. 그래서 한국사회가치평가는 가치측정에 집중하고, 플랜엠은 프로그램 기획, 운영 쪽에 집중하고 있어요.

아솔레터

빅이슈코리아 임팩트 맵핑 / ⓒ브라이언임팩트 재단 임팩트그라운드사업

예를 들어, 빅이슈코리아는 홈리스 상태에 놓인 분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빅이슈라는 잡지를 판매합니다. 단순히 잡지 판매수익으로 홈리스 판매원들의 소득을 창출한다고 임팩트를 설명할 수 있겠지만, 임팩트를 측정할 때는 사업의 기획 의도를 넘어 실제 수행과정에서 영향받는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어떤 변화와 편익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해요. 이를 통해 각 이해관계자 입장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이익이 있는지를 정리하는 ‘임팩트 맵핑’ 과정을 거칩니다.

빅이슈 잡지가 많이 팔리면 매출만큼 판매원들의 소득도 증가하죠. 그 외, 잡지를 구매하는 독자, 재능기부한 모델들까지 홈리스들이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인식변화를 겪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창출된 임팩트를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먼저 ‘홈리스’ 입장에서는 소득의 창출(화폐가치 측정)이 생기고,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준비가 강화(정성/정량적 가치측정)됩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으로는 홈리스 문제에 대한 인식개선(정성/정량적 가치측정)이라는 임팩트가 창출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단순히 논리적인 사고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아니라 실증적인 데이터를 확인하고 입증되었을 때 임팩트가 발생했다고 정의합니다.

이 사례에서, 판매원들에게 발생하는 소득의 증가분을 화폐가치로 측정할 수 있는 것 외에도 빅이슈가 실제 창출해내는 임팩트는 보다 다양한 결과로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임팩트 측정에 다양한 방법이 필요합니다.

SK에서 10년 정도 운영해온 사회성과 인센티브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SPC(Social Progress Credit)라는 개념으로, 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를 화폐가치로 측정하여, 비례보상 인센티브를 지급해요. 가령 ‘A 컴퍼니’라는 회사가 ‘1년에 사회적 가치를 5천만 원을 만들어 낸다’라고 평가된다면 비례해서 25% - 30% 정도의 사업비를 조건 없이 지원해요.

기업 관계자분들은 성과를 화폐가치로 표현할 때, 가장 익숙한 언어로 느낍니다. 그리고 사업을 잘 관리한다고 생각해요. 화폐가치로의 측정 및 수치화 작업은 매년 사회공헌 사업에 투자된 예산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어요. 정성적 평가로 개선된 부분을 확인하고, 인터뷰 결과도 화폐가치로 계산하여 표현하면 즉각적인 수치로 이해가 가능합니다. 

사회성과 인센티브 소개 및 사회성과 측정 프로세스

/ ⓒ사회적 가치연구원, 사회성과인센티브 홈페이지, SPC 측정매뉴얼(2024)

측정지표항목을 설정할 때 저희 측에서 임의로 설정하지 않고, 관계자들과 일종의 워크숍이라는 과정을 많이 거쳐요. 프로그램의 이해관계자를 다 나열하고, 이해관계자는 일종의 워크숍 과정을 통해서 어떤 이득을 취했는지 적어보죠. 그중에서 뭐가 중심인지 이야기 나눠요. 그 과정에서 같은 단체에서 오랫동안 일하신 분들끼리 가끔은 토론을 하기도 합니다. 이 방향이 맞는지 혹은 처음에 우리가 목표했던 대로 하고 있는지 그런 대화들을 주고받아요. 그 다음에 우선순위를 정하는 시간을 가져요. 특히 비영리 조직은 크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과 옹호 활동을 하는 조직으로 나뉘지만, 현실에서는 두 가지를 모두 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아요.  

임팩트 측정 워크숍 / ⓒ한국사회가치평가

소위 옹호 활동 같은 경우 법과 제도의 인식개선에 대한 니즈가 높아요. 그런데 활동가들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피해자 지원이나 피해상황을 해결하는 일을 무시할 수 없잖아요. 당장 할 수 있는 부분은 제약이 많은데 그걸 다 하려고 해요. 어쨌든 조직은 제한된 자원을 잘 분배해서 활동해야 할 필요가 있죠. 워크숍에서는 조직이 원래 추구하던 것이 무엇인지 다시 짚어봐요. 평가 결과를 통해 단체가 집중해야 할 방향을 정리했던 사례도 있어요.

아솔레터

모든 사회적 가치가 정량적 측정으로 환산되기 어려운 면이 있지만, 특히나 문화예술은 정량적 평가에 대한 어려움이 늘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문화예술 분야의 사업이나 사회가치 측정 사례가 있으신가요?

김기룡 대표

가치측정은 어떤 활동의 결과가 만들어 낸 변화를 측정하는데 중점을 둬요. 만약 문화활동을 통해서 사람들이 행복해졌다면 그것도 문화의 효용일 수 있죠. 사회가치를 측정할 때는 문화를 활용해 일어난 변화에 대해 집중해 볼 수 있습니다. CJ나눔재단의 도너스캠프 사례처럼 사람의 어떤 인성적인 부분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수치로 이야기해볼 수도 있어요. 그 일이 만들어낸 어떤 결과를 확인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측정이 가능해요.

CJ나눔재단 소셜임팩트 진단체계

두 번째는 사업을 설계할 때부터 측정방식을 계획하는 것이 필요해요. 우리가 활동하는 것에 대한 목표와 무엇을 측정할 것인지를 명확히 하는 부분이죠. 만약 어떤 사업을 통해서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하겠다는 목표가 있다면 프로그램 설계 단계부터 계속 생각해야 해요. 사업이 끝나고, 추적을 하는 것은 어렵거든요. 마지막에 설문조사를 계획하는 것이 아닌, 기획단계에서 사업목표에 맞는 설문지와 조사방식이 미리 준비되어 있어야 하죠. 그래서 준비할 때부터, 또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가치측정에 대해 생각해야 해요.

마지막으로는 누가 측정을 필요로 하는지 생각하는 것도 중요해요. 첫 번째와 연결되는 말이지만, 누구의 필요에 의해 측정이 이루어지는지를 고려하며 핵심목표를 고민해야 합니다.

사실 당사자들이 필요로 하는 경우가 의외로 없어요. 대부분 창작자보다는 지원하는 입장에서 측정이 필요해요. 지원하는 사업의 효과성과 필요성을 근거로 지원 결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이에요. 기금의 성격에 따른 차이도 있다고 봐요. 정부, 메디치 가문, 기업 등, 각각의 입장에서 사회적 문제해결을 위해 지원할 때는 측정의 방식과 목표가 달라질 수 있어요. SK는 인센티브를 지급하기 위해 화폐 가치를 측정했어요. 사회성과 측정 보고서는 절대적인 값이 아니에요. 같은 데이터와 결과라도, 시선에 따라서 결과의 활용도 천차만별일 수 있어요. 이 리포트를 보는 사람이 투자자인지 일반 시민인지, 시장인지에 따라서 활용방법이 완전히 달라져요. 가치측정의 목표를 설정하고, 어떤 식으로 표현할 것인지 지속적으로 고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